집행유예 판결 9일만에 또다시 범행…사망에 이르러
법원 "사소한 싸움이나 생명 잃은 중대한 결과 발생"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폭행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9일 만에 술집에서 처음 만난 사람을 폭행한 뒤 사망에 이르게 한 20대 남성이 2심에서 형을 가중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9부(한규현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2시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23) 씨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yooksa@newspim.com |
재판부는 "당시 가격한 정도와 상황에 비춰 피고인은 피해자가 심각한 상해를 입었음을 알았다고 보여진다"며 "그럼에도 아무런 보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장소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출동한 구급대의 응급조치를 받고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나흘 뒤 사망했다"며 "유족 역시 극심한 고통을 겪다 피해자 아버지는 건강 악화로 사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록 사소한 이유로 시작된 싸움이지만 피해자가 생명을 잃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며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태도를 보면 피해자 사망에 대해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제반 양형 조건을 참작할 때 원심 형이 지나치게 가벼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어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5월 12일 새벽 6시 24분경 서울 구로구 한 식당에서 친구 8명과 술을 마시던 중 맞은편 자리에 있던 다른 일행이 술에 취해 잠든 한 명을 두고 잠시 자리를 비우자 억지로 깨우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돌아온 일행이 항의하자 김 씨는 친구 이모(24) 씨와 식당 밖으로 나가 피해자의 목을 감아 넘어뜨리려고 시도하고, 이 씨가 피해자를 때릴 수 있도록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는 등 폭행해 척추동맥이 파열될 정도의 상해를 입혔다.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김 씨와 이 씨는 별다른 동요 없이 한동안 피해자를 지켜보다 자리를 뜬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은 김 씨가 다른 폭행 전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된 지 불과 9일이 지난 날로 알려졌다.
1심을 맡은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김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 씨에 대해선 범행을 자백하고 사건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