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문화재 거래 최고가 기록은 아쉽게도 무산됐다. 케이옥션 7월 경매에 출품된 보물 제1796호 겸재 정선의 '정선필 해악 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은 50억원에 출발했으나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15일 서울 신사동 케이옥션 경매장에서 열린 7월 경매. 겸재 정선의 '정선필 해악 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이 가장 마지막 순서로 출품됐다. 경매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이 화첩은 시작가 50억원에 5000만원씩 호가를 높여갈 예정이었으나 아쉽게도 유찰됐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15일 케이옥션 7월 경매에 출품된 보물 제1796호 겸재 정선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이 유찰됐다. 2020.07.15 89hklee@newspim.com |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은 조선 후기 산수화와 인물화의 제작 경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금강산과 주변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과 중국 송나라 유학자들의 일화와 글을 소재로 그린 고사인물화 8점 등 총 16점이 수록돼 있다. 서로 다른 주제의 작품을 한 화첩으로 모아 놓은 것은 극히 드문 형태이며, 특히 같은 점수로 구성한 화첩은 극히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를 인정받아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은 2013년 2월 28일 보물로 지정됐다.
'정선필 해악 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이 낙찰됐다면 문화재 최고 거래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현재로는 2015년 12월 서울옥션에 출품돼 35억2000만원에 낙찰된 '청량산괘불탱(보물 1201호)'이 가장 높은 가격에 경매시장에서 팔린 문화재다.
서진수 교수는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 화첩'이 유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시장에서 문화재 거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시장에서 문화재 거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보물에 대한 가격과 가치를 매기는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작품이 박물관에 소장돼 있으면 (시장개념에서)가치를 판정하는 기준이 없어진다"면서 "가치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게 시장이다. 현재 보물의 가치는 시장개념에서 보면 실패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도 이번 유찰에 영향을 미쳤다. 서 교수는 "미술시장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최선은 김환기다. 그런데 불경기다보니 차선으로 가야하고 이는 고미술과 김환기와 경쟁할 수 있는 이우환의 작품, 해외미술품이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보물도 출품 횟수와 관련 정보가 있어야 불황기에도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여건이 맞아야 판매로 이어지는데, 현재는 수요와 공급이 형성되지 않아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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