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뉴스핌] 이형섭 기자 = 자신의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조현병 환자 아들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15일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33)의 결심공판에서 숨진 아버지 부검을 통해 직접적 사인에 주목한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를 수회 때린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된 두부손상이 폭행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으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살해혐의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이 당시 약 복용 중단, 음주 등으로 조현병 증상이 매우 심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의 아버지를 때렸다거나 죽였다는 취지의 발언은 종전에도 여러 번 있었던 허위신고와 같이 조현병 증상의 발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의 두개골 골절이 민박집 3층에서 추락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2020.07.15 onemoregive@newspim.com |
A씨는 지난해 11월19일 오전 1시14분쯤 강원 정선의 한 민박집에서 경찰에 전화해 "아버지를 때렸다"고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숨져 있는 피해자를 보고 A씨를 현장에서 긴급 체포됐다. 긴급체포 된 후 A씨는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검찰은 A씨가 아버지, 친척들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환각을 일으켜 아버지를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A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숨진 A씨의 아버지는 부검결과 외상성 두부손상으로 인한 출혈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A씨의 손이나 팔 등에서는 두부손상을 입히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만한 흔적과 입고 있는 옷이나 신발에서도 아버지의 혈흔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사건 당일 기억이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내가 범인으로 몰리는 게 너무도 억울하고 힘들다"며 범행 일체를 부인했다.
A씨는 존속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았으나 구치소 수감 중 자살을 시도하다 교도관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검찰은 선고에 앞서 존속살해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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