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시내면세점 서울·제주 각각 1곳씩 신규특허 부여
면세점 매출 전년비 35.9%↓…제주도 외국인관광객 99%↓
"지난 정부 패착 되풀이…무분별한 특허 남발 멈춰야"
[세종=뉴스핌] 민경하 기자 = 정부가 서울과 제주에 신규 면세점을 각각 1곳씩 허용하기로 하면서 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면세업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의 시장 대응과 잠재적 사업자에 대한 진입장벽 완화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면세점 특허를 남발해 대규모 이탈사태를 촉발시킨다며 맞서고 있다.
◆ 서울·제주에 대기업 신규 면세점 1곳씩 허용…면세점업계 "제주도에 또?"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0일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주재로 '보세판매장(면세점) 제도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2020년도 시내면세점 특허 수를 의결했다.
대기업 시내면세점은 서울과 제주 지역에 1개씩 특허를 부여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면세업계 상황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나 코로나19 이후의 시장 대응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위원회를 지켜본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새로운 특허를 부여하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7.03 yooksa@newspim.com |
특히 제주지역에 대한 신규 특허부여는 가장 큰 논란으로 떠올랐다. 이전까지 제주 시내면세점은 롯데·신라·제주관광공사 3곳이 운영해왔는데 롯데와 신라는 각각 4월부터 휴점중이다. 제주관광공사는 만성적자로 철수를 선언했다.
게다가 손님도 없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5% 줄어들었다. 사실상 수익성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 특허를 또다시 부여한 것은 신규 진입을 노리는 일부 업체에 특혜를 몰아준 꼴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건이 전년도 지역별 매출이 2000억원이다보니 심사 조건에 부합한 것 같은데 이는 대부분 중국 보따리상 매출"이라며 "관광객 급감으로 대기업 면세점도 문을 닫고 제주 지역여론도 반대하고 있는데 특허를 부여한 점이 의아하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發 관광객 급감에 면세점 줄줄이 휴업·폐점…"무분별 특허 남발 멈춰야"
기재부와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국내 면세점 누적 매출은 6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9%가 감소했다. 특히 5월달 매출은 1조179억원으로 전년대비 5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면세업계 주요 대기업 실적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 1분기 롯데면세점의 영업이익은 42억원으로 전년대비 96% 줄었으며 같은기간 신라면세점은 370억원 영업손실, 신세계면세점은 32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하반기 실적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대 3년까지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면세점 매출은 여행수요에 달려있는 것인데 향후 3년간은 내·외국인의 이동이 예전 수준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장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부 지원책은 극히 일부분이다. 인천공항은 오는 8월까지 롯데·신라 등 대기업 면세사업자를 대상으로 임대료 5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는 9월부터 다시 수백억에 달하는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 재고면세품 판매도 일부 허용됐지만 물량이 적어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면세점도 휴점을 하고 중견·중소 면세점들은 일일이 사업권을 반납하는 실정"이라며 "정부에서 시장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신규특허를 무분별하게 남발했던 전 정권의 패착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한화와 두산, 탑시티 등 주요 업체들은 시내면세점 사업을 철수했다. 중견·중소 면세점을 중심으로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결정 후 공고·선정 과정을 거치면 실제 사업까지는 최대 1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지금은 어렵지만 이후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우선 시장요건이 맞는 경우 특허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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