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상반기 내내 아무일도 못하고 꼬박 꼬박 집세와 사무실 임대료만 내왔어요. 설령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된다고 해도 사업이 예전 상태로 돌아오기 어려울 것 같아요. 일단 한국으로 철수한 뒤 앞으로 할 일을 찾아보려 합니다."
18년 중국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하게 된 C씨는 지난 6월 말 송별식 자리에서 "코로나19가 중국에서의 생활터전 사업기반 모든 걸 앗아갔다"며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 짐을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C 씨는 자신이 운영해온 중국 유학원 사업이 앞으로도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풍파가 지나간 뒤에는 동남아로 갈 계획이라고 말헸다. 그는 6월 26일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갔다.
왕징을 중심으로 한 베이징 한국 교민 사회가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최악의 어려움에 빠져들고 있다. 한식당 대표는 사스와 사드를 모두 겪어봤지만 이번처럼 힘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교민 집단 주거촌 왕징의 한 레스토랑은 최근 중국 사업을 정리하고 베트남으로 떠났다. 피부 미용업소 사장도 9월 귀국 항공표를 예약해놓고 매장을 정리중이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베이징 한국인 집단 주거촌인 왕징의 한 상가내 피부미용 점포가 유리문에 매장 임대 안내문을 붙여놓은 채 영업을 하고 있다. 2020.07.06 chk@newspim.com |
한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과 피부 미용업소, 부동산, 유학원, 의류 패션 가게, 컨설팅 업체 모두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자유로운 분야는 단 한 곳도 없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왕징일대 모든 업소들이 상반기 절반은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고 절반은 개점 휴업 같은 상황을 보내야했다.
7월 5일 낮 베이징 시내에서 만난 한 항공사 임원은 주당 200편 운항하던 인천 베이징 항공편이 한 편으로 줄었다며 이런 상황인데 왕징 교민사회의 한인 경제가 온전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현재 중국이 국경봉쇄(비자발급 중단) 상태여서 귀국하면 나올 수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 왕징 일대 교민사회 업소들의 영업난은 가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왕징내 음식점 K 사장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 요식 업체수가 한참 때는 150곳도 넘었던 것으로 안다며 지금은 30 곳도 채 안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인 자본에 밀려 위축된 축면도 있고, 올해들어서는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아 영업을 중단한 한국인 식당도 여럿 된다고 밝혔다.
왕징 일대에는 문을 닫는 한국인 음식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년 가까이 운영해온 유명 음식점도 결국 코로나 불경기를 견디지 못하고 정리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인과 달리 한국인 업소는 임대료 감면 혜택 등을 받기 힘들어 어려움이 더 크다. 한국인 고객들에 의존해온 베이징내 북한 식당도 코로나19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베이징 한인촌 왕징의 유명 북한음식점 옥류관이 안내판을 붙여놓고 영업중단에 들어갔다. 2020.07.06 chk@newspim.com |
한국 교민 손님이 많이 찾던 왕징의 북한 식당 대성상관은 코로나 때문에 올초부터 장기간 영업을 중단해 오다가 지난 5월 아예 문을 닫았다. 또 왕징의 대형 북한 식당인 옥류관도 영업 중단에 들어갔다. 요식업체 관계자들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며 특히 한국인 손님이 뒷받침 되지 않아 큰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한때 한국 교민 경제를 대표했던 왕징의 한 상가 밀접지역에는 요즘 출입문이 꽁꽁 잠긴 채 '임대' 안내판이 붙어있는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는 한국인 고객 감소로 영업이 안돼 임대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요즘 임차인중에는 한국인 사업자가 거의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왕징 자다오(望京街道, 왕징지역 사무기구)를 통해 들었다며 왕징의 등기 기준 한국인이 올초만해도 2305 가구에 5105명이었는데 지금은 약 20% 정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 한인회 간부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에 비해 자본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한국인 소상공인들의 영업기반이 크게 약화했다며 한식당과 한류 관련 상가의 운영 주체도 한국인에서 한족이나 조선족 등 중국인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