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구둣발 머리 가격으로 인한 지주막하 출혈로 숨져"
재판부 "태권도 유단자 피고인들, 범행 기여도 차이 없다"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서울 광진구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20대 남성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태권도 유단자 3명이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유족뿐만 아니라 피고인 3명의 가족 모두 오열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박상구 부장판사)는 25일 A(23) 씨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생 김모(21)·이모(21)·오모(21) 씨 3명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2020.03.23 pangbin@newspim.com |
재판부는 "오랜 기간 태권도를 수련한 피고인 3명은 저항할 수 없이 홀로 서 있는 A씨를 무참히 폭행하고, 이미 무방비 상태로 쓰러진 이후에도 구둣발로 축구공 차듯이 머리를 가격한 행위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폭행으로 한겨울 새벽에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범행현장을 떠났다"며 "만 23세 젊은 나이로 꿈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던 한 청년이 세상의 뜻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고통을 받으며 갑작스럽게 삶을 마감했다. 유족들은 피해자 죽음 앞에서 큰 충격을 받았고, 평생 씻기 어려운 슬픔과 고통, 상처를 호소하며 피고인들에 강력한 처벌을 탄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애초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하거나 적극적으로 살해를 의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시비 끝에 순간적으로 격분해 충동적,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여진다"며 "3명의 피고인 모두 이번 사건이 초범이고, 범행의 경위 및 경과, 개별 폭행 내용 등 전체 범행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역할, 기여도 정도를 볼 때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선고가 내려지자 유족들은 담담하게 눈물을 훔치고 자리를 떠났다. 피고인 3명의 가족들도 재판이 끝나고 퇴정한 이후 복도에서 10여분 간 오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에 따르면 태권도 4단 유단자인 김씨 등 3명은 지난 1월 1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모 클럽에서 A씨와 시비를 벌이다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가 A씨의 여자친구에게 접근하자 A씨가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 등은 클럽 안에서 몸싸움을 벌이다 밖으로 나온 뒤 A씨의 멱살을 잡은 채 인근 상가로 끌고 갔다. 이들은 상가에서 A씨를 둘러싸고 무릎으로 얼굴을 가격, 발로 머리를 차는 등 폭행한 뒤 방치하고 떠났다. 의식을 잃은 채 쓰러진 A씨는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뇌에 큰 충격을 받아 지주막하 출혈로 끝내 숨졌다.
이들은 당초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됐으나, 검찰은 범행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살인죄를 적용,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우발적 폭행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태권도 4단의 피고인들로 전국대회에서 우승 또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견할 가능성이 충분했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여 살인죄의 공범으로 책임을 짐이 마땅하다"며 3명 모두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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