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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동 부지, 재벌 불로소득 수단 아닌 시민 공유지 돼야"

기사입력 : 2020년06월25일 12:58

최종수정 : 2020년06월25일 12:58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 "송현동 부지는 역사적·문화적 공간"
"공공기관매입우선권 도입해야…대한항공 '개발 불가 땅' 인지"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시민사회단체들이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송현동 부지를 놓고 재벌의 불로소득 수단이 아닌 시민의 공유지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등 9개 단체는 2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재벌이 보유한 비업무용토지인 송현동 부지를 공시지가 기준 감정가로 사들여 시민자산화하고 재벌의 불로소득을 차단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걷고싶은도시만들기시민연대,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등 9개 단체는 25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재벌이 보유한 비업무용토지인 송현동 부지를 공시지가 기준 감정가로 사들여 시민자산화하고 재벌의 불로소득을 차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이정화 기자] 2020.06.25 clean@newspim.com

이들 단체는 "송현동 부지는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공간으로 공공성을 확대하고 시민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민주적인 공론화 과정과 시민 참여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며 "대한항공은 더 이상 송현동 부지 매각을 통한 무리한 수익을 내려는 욕심을 버리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공공적, 공유적 가치를 확대하는 과정에 동참하라"고 요구했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송현동 부지는 해방 이후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로 활용되다 1997년 삼성이 140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2008년에는 대한항공이 삼성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그간 보유하고 있던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곳을 문화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달 초 진행된 송현동 부지 매각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공개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4670억원에 땅을 사겠다고 대한항공에 제안했다. 대금은 오는 2022년까지 나눠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 12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서울시가 회사의 부동산 매각을 방해하고 있으니 시정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고충 민원을 제출한 상태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서울시의 매입 결정은 송현동 부지를 시민들의 공간으로 돌려주겠다는 의미에서 환영할 만한 결정"이라면서도 "대한항공 본연의 업무와 관련 없이 관광 개발 호텔 건립 목적으로 수년간 보유하고 있었던 토지를 시세 수준으로 매입하겠다는 것은 서울시 스스로 재벌의 탕 투기를 옹호해주는 것으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애초 대한항공이 이 땅을 매입할 당시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보고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정책연구소장은 "삼성에서 송현동 부지가 개발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대한항공으로 갔고, 대한항공 역시 개발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역사적·문화적으로 중요한 장소, 물건은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처럼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공공기관매입우선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문화재를 비롯해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들이 송현동 부지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 논란이 될 것"이라며 "OECD 가입국 중 문화적·역사적인 장소에 대해 제도적으로 방치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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