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인상..충전기 기본요금 면제 혜택도 50%로 축소
"충전기 철거하러 다닙니다" 민간 충전 사업자들 '한숨'
가뜩이나 충전 인프라 부족한데..전기차 내수시장 위축
[편집자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 주도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의 전기차 배터리 회동이 잇달아 이루어졌다. 최태원 SK 회장과의 회동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그룹의 신사업 협력동맹이 오너경영의 결단과 맞물리며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쟁이 뜨거운 전기차와 핵심부품 배터리의 '코리아 어밴져스' 탄생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오른다.
[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국내 굴지 대기업들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합종연횡을 감행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전기차 시장은 오히려 쪼그라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당장 다음 달부터 자동차 충전요금을 40% 가량 인상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기본요금도 100% 면제에서 50% 감면으로 조정한다.
전국에 퍼져 있는 민간 충전소 업체들은 기본요금을 부과받지 않기 위해 쓰임새가 많지 않은 충전소들을 폐쇄 중이다. 충전소가 줄어들수록 전기차 사용자의 불편은 커지고 국내 전기차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자웅을 겨루기 위해 재계 총수들이 앞장서서 배터리 동맹을 모색 중이지만, 정작 그린뉴딜을 외치는 정부가 전기차 사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주차장에서 전기차가 충전을 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1㎾h당 173원인 전기차용 급속(50·100㎾급) 충전요금이 240원으로 내달부터 조정될 예정이다. 완속 요금은 최저 60원에서 100원 초반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에 나선 것은 최근 한전이 탈원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11년 만에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가장 큰 강점이 저렴한 유지비임을 고려하면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로선 충전요금 인상 소식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분석에 따르면 현대차 코나 전기차의 경우 완속 충전 시 월간 연료비가 1만5915원, 급속 충전 특례 요금 적용 시 3만8839원으로 휘발유 차량 대비 각각 81%, 74% 절감이 가능했다. 지난해 말 ℓ당 휘발유 가격 1539원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한전 관계자는 "예정대로 할인 혜택을 없애고 단계적으로 충전요금을 정상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전기차 충전기에 대한 기본요금을 부과함에 따라 상당수 민간 사업자가 충전소 추가 설치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말 이사회를 통해 2017~2019년 3년 동안 면제해 온 전기차 완속·급속 충전기 '기본요금'(㎾h당 완속 2390원·급속 2580원)을 올해 7월 1일부터 50%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예를 들어 급속충전기(50㎾)의 경우 7월부터 13만원의 절반이 부과된다. 내년 7월부터는 75%, 2022년 7월부터는 100% 각각 부과된다. 기본금 부담에 이미 설치된 충전소까지 폐지한다는 업체도 등장했다.
4대그룹 총수.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사진=뉴스핌DB) |
전기차 구매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충전속도가 느리다는 것과 함께 전국에 설치된 충전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충전요금이 오르고 충전소가 줄어들면 소비자 입장에선 전기차를 구매할 이유가 점점 사라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충전기 기본요금은, 설치만 하면 돈 내라는 것이니 통행세와 비슷하다"며 "10년 동안 환경부가 독려해서 충전기를 설치했는데 이제 와서 기본요금을 받겠다 하니 기업들은 '멘붕'"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민간 업체들은 애써 설치했던 충전기 철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느 정도 충전 요금이 인상되는가에 따라 소비자 구매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