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만족도 조작에 윤리경영, 리더십 등 비계량지표 등급도 하향
잦은 철도사고도 부담...손 사장 연임에도 영향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고객만족도 조작과 잇단 사고로 공공기관 평가 낙제점을 받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고민에 빠졌다. 공공기관 점수가 낮으면 직원 성과급에서 불이익을 받을 뿐 아니라 손병석 사장의 연임에도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9일 발표한 '2019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올해 초 고객만족도 조사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코레일에 최하 수준인 D등급을 줬다. 전년도 등급(C)에서 한 단계 낮아진 것이다. 이번 평가에서 코레일보다 낮은 등급(E)을 받은 기관은 우체국물류지원단이 유일하다.
코레일은 고객만족도를 조작했다는 이유로 이 부분 평가점수에서 '0'점 처리됐다. 이 영향으로 윤리경영, 리더십 등 비계량지표 등급도 하향 조치됐다.
지난 4월 코레일 일부 직원들이 고객인 척하고 고객만족도 조사에 끼어들어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정부 감사에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고객만족도 조사에 응한 코레일 직원 208명을 적발하고, 이중 16명을 수사 의뢰 조치했다. 내부 직원이 조사 참여한 건수는 222건이다. 전체 설문조사 응답 1438건 중 15.4%에 해당한다. 특히 지방 영업처 주도로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에 사진을 올리는 등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사회적 문제로 제기됐다.
이 같은 행위는 코레일 직원이 경영실적 평가를 높이기 위해 벌어졌다. 고객만족도 조사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관이 서비스를 제공받는 국민을 대상으로 연 1회 이상 실시한다. 이 결과는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지표에 반영돼 임직원의 성과급 지급기준으로도 활용된다.
잦은 철도 사고도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코레일은 철도 사고로 적지 않은 내홍을 겪었다. 오송역 단전 사고와 KTX 강릉선 탈선 사고에 책임을 지고 오영식 전 사장이 물러났다. 뒤를 이어 취임한 손병석 사장도 철도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외쳤지만 올해도 적지 않은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서울 지하철1호선 구로역에서 선로 보수장비의 궤도이탈로 사고가 났다. 새벽이 발생한 사고는 5시간 만에 정상화했다. 4월에는 신길역에서 약 300m 떨어진 지점을 달리던 열차의 두 량이 궤도에서 벗어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출근길에 발생한 사고로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달 KTX 오송역 전차선로 사고를 막지 못했다. 코레일은 KTX 이외에도 지하철 1·3·4호선 일부 구간을 서울메트로와 공동 운행하고 있다.
이번 공공기관 평가 D등급으로 손 사장의 연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공공기관 평가는 곧 해당 기관의 사장 평가로도 이어진다. 조직의 리더로써 관리가 부실했다는 것이다. 올해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개선하지 못해 내년 평가에도 미흡 판정을 받으면 연임 가능성이 작아지는 셈이다. 지난 2019년 3월 취임한 손사장의 임기는 2022년 3월이다.
코레일은 이번에 지적된 사항을 개선해 내년 평가에서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각오다. 코레일 관계자는 "공공기관 평가에서 매년 B, C 등급을 받았으나 이번에는 고객만족도 조작 혐의로 D등급으로 낮아졌다"며 "내년에는 지적된 문제를 개선해 경영혁신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