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말~ 조선 중기 제작된 소형총통 등 조사·연구
[진주=뉴스핌] 이경구 기자 = 국립진주박물관은 고려 말부터 조선 중기까지 제작된 각종 소형총통과 부속품 등을 조사·연구한 '조선무기 조사연구 보고서Ⅰ: 소형화약무기'를 발간했다고 1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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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무기 조사연구 보고서Ⅰ: 소형화약무기 표지 [사진=국립진주박물관] 2020.06.18 lkk02@newspim.com |
임진왜란 전문 박물관인 국립진주박물관은 지난 2018년부터 2년 동안 국내 소형 화약무기 800여 점을 조사·연구했다. 보고서에 실린 수량만도 총 748점에 달한다.
보고서에는 조사대상 800여 점 중 선별한 소형 총통 총 275건 292점과 조총 48건 50점(총신 24점 포함)의 사진 및 제원이 상세히 실렸다.
이와 함께 화약무기의 기원과 발달, 명문과 기록으로 본 소형 총통과 조총, 소형 총통의 발전과 제작 기술, 조총의 등장과 원리, 화약의 도입과 발전 등 관련 연구 결과를 담은 논고도 함께 수록했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지난 2년 동안 자료조사를 시작으로, 상세 제원 측정과 재료 성분 분석, 내시경 조사, 3차원 스캔(3D SCAN), 컴퓨터 단층(CT) 촬영 등으로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많은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 연구에서 조선 전기 소형 총통에 보이는 죽절(帶, 마디)은 기존 연구에서 총통의 표면적을 넓혀 발사 후 냉각 속도를 빠르게 해준다는 견해는 소형 총통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CT 촬영과 내시경 조사에서는 '국조오례의서례' '병기도설'의 기록을 바탕으로 진행된 선행 연구에서 주장됐던 격목부(격목통)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 원·명 시대의 화총은 물론 고려 말 고총통 부터 조선 중기 승자총통에 이르기까지 소형 총통의 내부 구조는 총구부터 약실로 갈수록 서서히 좁아지는 경향을 보이며 거의 일체형의 구조를 이루고 있음도 확인했다.
조사 과정에서 국립경주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내부에 격목이 남아 있는 총통도 처음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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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제 소형총통의 종류별 죽절(마디) 수 [사진=국립진주박물관] 2020.06.18 lkk02@newspim.com |
재료 성분의 비파괴 분석 결과 동합금의 주석 비율이 낮은 사실(5~10wt%)이 밝혀졌다.
이는 충격값이 낮아지는 기점인 13wt%보다 적은 주석의 비율은 총통이 깨지기보다는 차라리 휘어지게 하는 데(연신율에) 방점을 두고 주조되었음을 보여준다.
극소수의 소형 총통에서 아연이 검출되었는데 해당 소형 총통은 형태나 표면 부식에서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아 위작품으로 의심됐다.
CT 촬영 영상 분석으로 조선 중기 총통의 내부에서 W, M, L자형의 채플릿(형지) 흔적이 관찰됐다. 조선 전기 총통에서는 확인되지 않으며 총신이 길어지는 조선 중기 총통에서 관찰되어 총통 제작 기술의 발전 양상을 확인했다.
위작품으로 의심되는 소수의 조선 중기 소형 총통에서는 채플릿이 발견되지 않아 향후 소형 총통의 진위 여부 판별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이번 보고서 발간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국립경주박물관 등 총 19개 기관의 소장품을 조사하였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이번 조사 결과와 보고서를 바탕으로, 조선전기 소형 총통의 격목과 당시 화약 분석 작업과 비격진천뢰와 천자·지자·현자·황자총통 등 현존하는 조선시대 대형 화포에 대한 조사·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립진주박물관 관계자는 "화약무기는 당대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시대나 나라별로 발전과 교류를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 라며 "그간 전통 무기 연구 분야는 가까운 중국, 일본 등의 연구 업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많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lkk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