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이강소 등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소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갤러리현대가 개관 50주년을 맞아 이승택, 곽덕준, 이강소 등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한다.
갤러리현대는 특별전 1부(4월 17일~5월 31일)에서 한국 미술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김환기(1913~1974)의 '우주(Universe 5-Ⅳ-17 #200)'를 전시해 화제를 모았다. 김환기의 '우주'는 지난해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132억에 낙찰된 이후 처음으로 갤러리현대에서 공개돼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2부에서는 추후 김환기의 '우주'를 능가할 작품을 가늠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강소, Liquitex-76124, 1976, 캔버스에 아크릴릭, 세리그래피, 50 x 65.1cm [사진=갤러리현대] 2020.06.12 89hklee@newspim.com |
갤러리현대가 개관 50주년을 맞아 준비한 '현대 HYUNDAI 50' 2부 전시가 12일 공개됐다. 이번 2부 전시에서는 한국의 '아방가르드'를 이끈 작가에 주목한다. 실험 미술을 선보인 작가 5인을 포함해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현재까지 갤러리와 동행한 한국 작가 16명(팀), 해외작가 13명의 작품 70여 점이 관람객과 마주한다.
본관에서는 이승택, 곽덕준, 박현기, 이건용, 이강소 등 한국의 실험미술가들의 전시를 다시 한번 재연됐다. 이 다섯 작가는 한마디로 시대를 앞서나간 작가들이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중반까지 한국의 '실험미술'이 꽃피던 당시 이들이 선보인 작품들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건용, 신체드로잉 76-1-78-1, 1978, 나무에 유성마커, 163.8 x 91.2cm [사진=갤러리현대] 2020.06.12 89hklee@newspim.com |
그중 '오리 작가'로 유명한 이강소(75) 작가의 다양한 실험 정신을 볼 수 있는 작품이 전시장으로 나와 눈길을 끈다. 작품의 기록 사진을 비롯해 캔버스 천과 이미지에 관한 탐구를 바탕으로 전통적 회화 형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회화를 볼 수 있다. 또한 완성된 작품을 통해 형태와 재료, 나아가 공간을 새롭게 경험하도록 이끈 조각 작품도 선보인다. 그린 것과 그려진 것 사이의 차이와 그 의미를 탐색한 세리그래피 작업도 이번 전시에 최초로 공개된다.
한국 실험미술 운동을 대표하는 S.T.의 설립 멤버이자 A.G.의 주요 작가로서 전방위적 활동을 한 이건용(78) 작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1973년 파리 비엔날레, 197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여하며 1970년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인정받았다. 또 1970년대 초반 그는 나무, 돌, 흙 등을 사용해 사물과 장소의 속성을 철학적으로 탐색하는 설치 조각 작품을 발표했다. 1973년 파리 비엔날레 참여 이후 작가의 몸을 예술의 매체로 활용하는 퍼포먼스를 잇달아 선보였고 이를 '이벤트-로지컬'이라 칭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적 연작 '신체 드로잉'과 관련한 기록 사진, 회화를 하나의 '환영'으로 해석해 천에 주름을 만들어 물감을 뿌려 주름의 흔적을 남기고 그것을 팽팽하게 펴서 그림을 '환영' 그 자체로 다시 제시하는 '포(布)-주머니', 작가가 소장한 아카이브 자료도 함께 소개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박현기 작가 작품 2020.06.12 89hklee@newspim.com |
신관에서는 동시대 미술의 트렌드를 주도한 갤러리현대의 역사와 역할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 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대표하는 해외 작가와 회화, 사진, 조각, 미디어, 설치 등 한국 동시대 미술가의 다채로운 작품으로 구성된다.
이번 특별전을 맞아 국내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과 신작에 주목할 만하다. 1층 중앙에 놓인 문경원 & 전준호의 '이례적 산책_황금의 연금술'은 일본 가나자와의 어느 빈집과 한국의 자동화된 식물 공장을 교차시킨 시적인 영상과 부산에 버려진 폐선박의 잔해를 결합한 대형 영상 설치 작품이다. 인간의 실존적 문제와 동시대적 삶의 조건을 성찰하는 작품으로 테이트 리버풀의 개인전에 출품한 이후 처음 공개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최우람, One(이박사님께 드리는 답장), 2020, Metallic material, soft Tyvek, electronic device (custom CPU board, motor), 250 x 250(w) x 180(d)cm [사진=갤러리현대] 2020.06.12 89hklee@newspim.com |
방호복을 소재로 제작된 흰 꽃이 천천히 피고 지는 것처럼 보이는 최우람 작가의 대형 신작 'One(이박사님께 드리는 답장)'은 팬데믹 시대의 삶의 조건과 죽음의 순환을 은유한다. 코로나 사태를 상징하는 방호복으로 만들어진 흰 꽃이 숨을 쉬듯 크기를 달리한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이 작품도 시선을 끌 것으로 보인다.
한켠에는 강익중 작가의 '내가 아는 것'이 공개된다. 3x3인치 정사각형 나무판에 한 문장으로 담은 텍스트 작품을 거대한 달항아리 형상으로 조합한 이 작품은 '아이들의그림은작은창이된다' '사장이착하면직원들도착하다' '사랑은바람으로전해진다' 등 재미있는 경구로 보는 이들을 웃음짓게 할 예정이다. 전시기간 중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광화문에 설치되는 대형 작품 '광화문 아리랑'과 만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강익중, 이슬기 작가 전시 전경 [사진=갤러리현대] 2020.06.12 89hklee@newspim.com |
이외에도 로버트 인디애나, 온 카와라, 마이클 그레이크-마틴, 아이 웨이웨이, 토마스 스트루스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확산 대응을 위해 오는 16일부터 관람 가능하며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현장 방문 관람도 가능하지만, 대기 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