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식량 인플레이션이 감원 한파와 소득 위기에 곤욕을 치르는 미국의 민초들을 강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면서 생산라인이 멈춘 육가공 식품은 물론이고 달걀과 밀가루, 각종 야채 등 미국인의 필수 먹거리 가격이 크게 치솟았다.
팬데믹 사태에 폐쇄된 타이슨 푸드 워털루 공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장 전문가들은 상당 품목의 가격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어 소비자들의 생활이 팍팍할 전망이다.
31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음식료 가격이 2.6% 상승, 46년래 최대폭으로 치솟은 가운데 육류와 가금류, 생선 및 달걀 가격이 4.3% 급등했다.
미 농업부에 따르면 세부 항목별로 뼈 없는 폭찹과 햄 가격이 4월 한 달 사이 6% 뛰었고, 햄버거 가격이 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닭 가격은 12% 이상 치솟아 미국 소비자들이 허리가 휠 지경이다.
지난주 기준 육 가공 업계의 근로자 4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가운데 팬데믹에 따른 파장이 미국 가정의 식탁으로 확산된 셈이다.
소매 가격 상승은 더욱 심각하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에 따르면 쇠고기 소매 가격이 지난 23일 기준 한 주 사이 연율 기준 21.7% 폭등했고, 돼지고기 소매가 역시 17.7% 뛰었다.
이 밖에 미국인의 아침 식사 메뉴인 시리얼과 베이커리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했고, 과일과 야채 가격 역시 1.5% 올랐다.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되는 마늘 가격이 278% 치솟는 등 공급망 교란에 따른 수입 식품 가격 상승도 두드러진다.
이와 별도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쇠고기와 돼지고기 생산이 전년 동기에 비해 7% 급감했다고 보도하고, 코로나19 확산에 멈췄던 육 가공 생산라인이 재가동되기 시작했지만 식품 가격이 당분간 안정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근 10주 사이 미국 실직자가 4100만명에 이른 상황을 감안할 때 식량 인플레이션에 따른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식품 가공 업계의 바이러스 확산 이외에 가축의 생육과 관련한 생물학적인 매커니즘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시간주립대학의 트레이 말론 농학 교수는 AP와 인터뷰에서 "소나 돼지 새끼가 자라는 데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식품 가격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소비자들의 비상 식량 사재기와 바이러스의 2차 팬데믹 가능성 역시 식품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바이러스 감염 위험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외식을 줄이고 집밥을 먹는 움직임도 특정 식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페어웨이 스토어의 레이놀즈 크래머 최고경영자는 WSJ과 인터뷰에서 "팬데믹 이후 나타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고착회될 것"이라며 "때문에 가정에서 주로 이용하는 식품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말론 교수는 "단기간에 기록적인 규모의 실직자가 발생했다"며 "이들에게 식품 가격 급등은 감당하기 힘든 문제에 해당하고,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