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PD수첩이 올해로 방송 30주년을 맞았다.
1990년 5월 8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2명의 PD와 125명의 메인작가가 거쳐 갔다.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로 자리매김한 PD수첩은 현재 국내 최장수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남아 있다.
PD수첩은 지난 30년간 분야를 막론하고, 곳곳의 사회문제를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PD수첩은 시작과 함께 사회적 약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뉴스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그러나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초기 10년, PD수첩이 보다 주목한 것은 시민들의 인권 문제였다. 1990년 5월 8일 '피코 아줌마 열받았다' 편을 시작으로 원정 도박, 가정폭력과 여성인권, 위안부 피해, 사립학교 비리 등 사회 곳곳의 크고 작은 문제를 다뤘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PD수첩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시야를 넓혔다. 미군 소파(SOFA) 개정(2002), 한국의 권부 4부작(2003), 황우석 논문조작(2005),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2010), 검사와 스폰서(2010) 등 굵직한 내용을 쏟아냈다. 'PD 저널리즘'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PD수첩 보도 하나하나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은 커져갔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MBC] 2020.05.28 jyyang@newspim.com |
탐사 저널리즘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함과 동시에, PD수첩은 풍랑을 맞았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언론탄압이 시작됐고, PD수첩은 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관한 보도로 PD들이 체포되었고, 정권에 불리한 예민한 아이템들이 무산됐다. PD들은 제작과는 무관한 곳으로 강제 발령됐고, PD수첩의 또 다른 축이었던 작가들도 화살을 피해가지 못했다. 6명의 작가가 전원 강제 해고됐다. 해고 하루 만에 방송작가 1000여 명이 서명 운동에 동참했고, 집필거부에 동참했다. 그러나 이는 긴 터널의 시작점이었다. PD수첩에 대한 탄압은 2017년까지 이어졌다.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 PD수첩은 초기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았다. 8년여에 걸친 암흑의 터널을 지나 PD수첩은 2018년 새롭게 출발했다. PD수첩은 탐사저널리즘 본연의 야성을 되찾기 위해 재정비에 나섰다. 해고됐던 메인작가들이 돌아왔고 시스템은 빠르게 복원됐다. 김기덕 감독 등의 성폭력 등을 고발하며 '미투' 운동을 조명했고, 故장자연 사건, 조계종과 교회 3부작, 별장 성접대와 검찰개혁 시리즈 등 2부작 시리즈를 쏟아냈다. 다른 시사프로그램에서 쉽게 다루지 않는 내용들이었다.
PD수첩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핵심적 사안을 피하지 않고 심층적으로 파고들었다. 사법농단, 언론개혁, 국기원, 사립유치원 등에 대한 보도를 통해 저변도 넓혀갔다. 사회 현안을 정확하고 깊이 있게 짚어냈다는 평이 이어지면서,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으로 한국PD대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민주언론상' '올해의 좋은 보도상' 등을 수상했다.
사회 곳곳의 문제에 대해 실명 보도로 맞선 PD수첩에 대해 소송이 뒤따랐다. 2018년부터 2020년 5월 현재까지 PD수첩에 들어온 내용 증명, 가처분신청 및 민·형사 소송은 총 59건. 그 사이 방송된 PD수첩은 총 105회이니, 2회에 1건 꼴로 민원·소송이 제기된 셈이다. PD수첩은 정확한 취재와 팩트체크로 맞섰다. 제기된 민원·소송 중 아직 진행 중인 15건을 빼면, 법원은 모두 PD수첩의 손을 들었다. 교육계의 미투 사례와 관련된 소송에서 1심 패소했으나, 이후 2심에서 추후보도를 통한 화해권고로 결정이 나면서 불패 신화를 이어가게 됐다.
30년, 시사프로그램의 상징이 되기까지 PD수첩은 수많은 고비를 넘어왔다. 긴 시간동안 PD수첩을 세운 건 다름 아닌 제보들이다. PD수첩의 굵직한 방송들은 대부분 시민들의 작은 제보로부터 나왔다. 여전히 PD수첩엔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곳곳에 산적한, 미처 다루지 못한 문제들이 아직도 많단 의미다. PD수첩은 이번 6월 2일과 9일에 걸쳐서 'PD수첩 30주년 특집, 21대 국회에 바란다' 2부작을 방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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