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의 근간이 된 '기본법 23조'
홍콩 법조계, '보안법' 제정 기본법 23조 위배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홍콩 의회를 대신해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려는 중국. 이에 맞서 중국과 홍콩을 겨냥한 강력 조치를 예고한 미국. 미중 갈등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른 중국의 '홍콩판 국가보안법(이하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 행보에 국제 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2일 열린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3차 회의에서 '홍콩 기본법 23조'에 근거한 '홍콩 특별 행정구역 국가안전 수호를 위한 법률제도 및 집행 매커니즘 수립에 관한 결정(초안)'을 제출하며 국가보안법 제정 구상을 공개했다. 국가보안법 제정은 중국 오성홍기를 모독하는 홍콩 내 반(反)중국 행위를 중국이 직접 처벌하고, 이를 위한 집행 기관을 홍콩에 설립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홍콩의 국가보안법 도입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3년 당시 둥젠화(董建華) 특별행정장관은 홍콩 기본법 23조에 근거해 '국가보안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홍콩인의 언론·집회의 자유 등이 억압될 것을 우려한 홍콩 사회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면서 좌절된 바 있다.
오는 28일 전인대 폐막식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홍콩은 1997년 영국이 중국에 홍콩 주권을 반환한지 23년만에 처음으로 국가보안법을 마련하게 된다.
[베이징 신화사 = 뉴스핌 특약] 배상희 기자 = 왕천(王晨)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2일 열린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3차 회의에서 '홍콩 기본법 23조'에 근거한 '홍콩 특별 행정구역 국가안전 수호를 위한 법률제도 및 집행 매커니즘 수립에 관한 결정(초안)'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 '국가보안법'의 근간이 된 '기본법 23조'는 무엇?
중국이 제정하려는 국가보안법은 홍콩 기본법(헌법에 해당) 23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홍콩 기본법 23조는 국가 전복과 반란을 선동하며 국가 안보에 위해를 끼치는 위험 인물과 단체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벌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한 법률을 홍콩 정부가 스스로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된 '홍콩의 자주 입법' 규정은 이번 중국의 국가안보법 제정 논란을 키우는 핵심 대목이다.
홍콩 기본법 23조는 홍콩인 스스로가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도록 규정한 법률이나, 중국은 이 규정을 어기고 대신 입법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홍콩은 법률 제정 자치권을 갖고 있지만 이번에 중국이 직접 홍콩 법 제정에까지 손을 뻗치면서 사실상 '일국양제의 사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기본법 23조는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 때에도 시위대의 플랫카드 문구에 간간이 등장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이 공개한 홍콩판 국가보안법 초안에는 △국가정권 전복·국가분열·테러를 꾀하는 행위의 처벌, 외부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금지 △홍콩 내 국가보안법 집행기관 및 집행 메커니즘 구축 △중국이 필요로 할 경우 홍콩 내 국가보안법 책임 기관 설립 △홍콩 행정장관은 정기적으로 중국 당국에 국가보안법 관련 정보를 보고할 것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 국가안보 위협 세력에 대한 처벌과 외부 세력의 홍콩내정 개입 금지 규정은 기본법 23조에도 포함돼 있는 내용이다.
홍콩대학 장다밍(張達明) 법률학자는 영국 BBC 중문판과의 인터뷰를 통해 "홍콩 정부의 '자주 입법 원칙'을 규정한 기본법 23조의 본래 취지는 홍콩과 중국 본토의 차별화된 사법 시스템을 고려한 것"이라면서 "이에 중국 당국의 국가보안법 입법 강행은 기본법 23조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홍콩의 친 중국 진영은 기본법 23조에서 규정한 '홍콩의 자주 입법'이 홍콩만 법률을 제정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홍콩 법률 제정은 본래 중국 정부의 권리이며, 그럼에도 중국에 반대하는 범민주 진영에 의해 홍콩의 입법권 강탈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2일 전인대 연례회의 개막식에서 왕천(王晨)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2003년 국가보안법의 입법이 좌절된 이후 해당 법안은 홍콩에서 '오명화 및 요마화(妖魔化, 본질에 비교해 더욱 악하고 무섭게 여겨짐)'되고 있으며, '장기 방치될 위험'에 직면해 있다"면서 "일국양제 원칙 또한 홍콩에서 새로운 도전을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 '국가보안법'이 실릴 '기본법 부칙 3조'는 무엇?
홍콩 국가보안법 입법 과정은 이러하다. 28일 중국이 전인대 폐막식에서 표결을 통해 '홍콩 기본법 23조'에 근거한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면, 해당 법안은 2개월 뒤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최종 입법 절차를 거쳐 효력을 갖게 되고, 홍콩 정부가 이행을 공포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국가보안법을 입법하면 해당 법률은 '홍콩 기본법 부칙 3조'에 포함돼 실리게 된다.
기본법 18조에 따르면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는 홍콩기본법위원회와 홍콩특별행정구역 정부의 의견을 구한 뒤, 부칙 3조에 포함된 법률을 추가하거나 뺄 수 있다. 즉, 홍콩 입법회(국회에 해당)를 거치지 않고도, 국가보안법의 제정 및 발효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홍콩 기본법 부칙 3조에 삽입될 수 있는 내용은 외교∙국방을 비롯해 기본법 규정상 홍콩 특별행정 자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기타 법률에 한정된다.
현재 홍콩 기본법 부칙에는 중국과 홍콩 모두에 적용되는 '전국적 법률' 항목이 열거돼 있다. 전국적 법률에는 중국 국적법, 중국 영해에 관한 성명, 중국 외교 특권, 중국 건국기념일 결의, 중국 국가 휘장에 관한 명령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장 법률학자는 "기본법 부칙에 규정된 전국적 법률은 중국과 홍콩 모두에 적용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나, 이번에 전인대가 추진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에는 '홍콩에만 적용되는 전국적 법률'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어 부칙의 본래 의의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pxx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