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타격입은 경제회복 급선무
'대만 독립' 및 '주권 수호' 원칙 고수
미중 갈등 속, 신중한 위치 선정 나서
[서울=뉴스핌] 배상희 기자 =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집권 2기의 막이 열렸다.
대만 상보(上報)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타이베이(臺北) 총통부 내부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15대 중화민국 총통으로서의 업무를 공식적으로 시작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내에서 약식으로 진행된다.
차이 총통은 취임사를 통해 당선 당시 약속했던 '평화, 대등, 민주, 대화'의 기본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늘 취임식은 21일 열리는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개최되는 만큼, 중국이 천명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과 극명한 대비를 이룰 전망이다.
조지 워싱턴 대학교 로버트 셔터(Robert Sutter) 교수는 "차이 총통은 대만 주권 수호 의지가 매우 강하지만 양안 관계에서 경험이 많은 만큼, 취임식에서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뜻밖의 발언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이베이 중신사 = 뉴스핌 특약] 배상희 기자 = 지난 1월 11일 치러진 대만 차기 총통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지지자들과 함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
지난 1월 대선에서 역대 최다 득표로 재선에 성공한 차이 총통은 현재 역대 대만 총통 중 최고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74.5%에 달했다. 코로나19 방역에 큰 성공을 거둔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19일 기준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440명, 사망자는 7명에 그쳤으며, 12일 연속 확진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차이 총통이 향후 4년간 해결해야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대만 경제 회복이 급선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는 대만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로 예측한 바 있다.
미중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의 합리적인 위치 선정 또한 차이 총통에게 던져진 숙제다.
미중 양국 갈등이 무역분쟁에 이어 군사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만 독립'을 둘러싼 양국의 이해관계 또한 더욱 첨예한 대립구도를 이룰 전망이다. 이와 함께 얼어붙었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변화 양상도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대만 독립과 친미 정책을 고수하는 차이 총통이 집권 2기를 맞이하면서 올해 양안 관계 경색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대만은 역대 최고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말 미국 대선이라는 변수가 남겨져 있는 데다, 미중 관계 악화의 불똥이 대만으로 튀는 것을 원치 않는 만큼, 차이 총통은 '주권 수호'라는 현재 입장은 고수하되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은 섣불리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만 독립 강경파 사이에서는 헌법을 수정해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차이 총통은 기존의 '점진적 독립 노선'을 지향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pxx1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