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 18일(현지시간) 화상 형식으로 개막한 세계보건총회(WHA)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 G2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국 이익 챙기기에 바쁘다는 사실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WHA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팬데믹 중국 책임론을 강도 높게 제기하는 가운데, 중국은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계산적 움직임에 나섰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기념품 가게 앞에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마스크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사진 광고물이 서 있다.2020.03.24 [사진=로이터 뉴스핌] |
코로나19 확산 초기 정보를 은폐해 팬데믹을 초래했다는 비난에 대해 중국은 재차 투명한 방식으로 대응해왔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가 요구하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독립 조사와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팬데믹 상황이 종결된 후 WHO가 주도하는 조사라면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WHO는 중국에 편향적 태도를 취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시 주석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WHA 연설에서 전 세계 팬데믹 대응을 위해 2년 간 20억달러를 지원하고 중국에서 백신이 개발된다면 공공재로 사용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중국이 사실을 밝힐 의무를 다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국가들이 많아지자 주의를 돌리려는 것"이라며 "팬데믹의 발원지인 만큼 중국은 더욱 많은 비용을 지불할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비난했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WHA 연설에서 중국을 겨냥해 "전 세계에 엄청난 피해를 준 최소한 한 회원국이 투명성 의무를 조롱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러한 중국 책임론과 함께 WHO가 국제사회에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는 데 실패해 코로나19가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며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희생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또한 WHA에서 어김없이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미국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의 특허와 관련해 전 세계 보건위기 대응보다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지식재산권 포기 내용을 담은 이번 WHA 결의안의 표현 수위를 낮추기 위해 WHO 제네바 본부에 파견된 미국 대사들이 아프리카 대사들을 설득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섰다고 전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공중보건 위기 시 정부는 지식재산권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2001년 도하 선언 내용이 포함될 예정인데, 제약 강국인 미국과 영국, 스위스, 일본 등이 결의안에서 도하 선언 내용을 삭제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대신 혁신을 위한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기부나 파트너십 등 자발적 메커니즘을 통한 백신과 치료제의 동등한 공급을 장려하는 내용을 포함시키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국가,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지식재산권을 복제약 제조사들과 공유하도록 강제하는 글로벌 결의가 없다면 백신 확보에 있어 가난한 국가들은 후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한 대사는 "미국은 자신들이 가장 먼저 백신을 확보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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