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챔피언십, '출전자 전원=컷 통과'로 간주하다 보니 MDF 취지 잘못 해석
컷은 두 번 할 수 있으나 MDF는 한 번 뿐…'효시' PGA투어도 작년 이 제도 없애
[서울=뉴스핌] 김경수 객원 골프라이터 = 4라운드 72홀 경기로 치러지는 골프대회는 날마다 별칭이 있다. 1라운드는 오프닝 데이, 2라운드는 컷 데이, 3라운드는 무빙 데이, 4라운드는 페이 데이(또는 트로피 데이)다.
대부분 2라운드(36홀) 후 컷을 한다. 출전 선수 가운데 성적순으로 절반 가량만 추려 3,4라운드에 진출하게 한다. 총상금은 정해져 있고, 최종일 제시간에 대회를 마쳐야 하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물론 컷을 통과한 선수들만 공식 상금을 받는다.
이번주 열리고 있는 KLPGA 챔피언십에 출전한 주요 선수들이 대회 개막에 앞서 카메라 앞에 섰다. 사진=KLPGA] |
미국PGA투어에서는 2라운드 후 공동 70위선까지 컷을 통과하는 것이 상례였다. 공동 70위로 하다 보니 어떤 대회에서는 80명 이상이 3,4라운드에 진출하곤 했다. 너무 많은 선수들이 3,4라운드에 나아가다 보니 선수들이 받는 상금은 더 적어지게 되고, 최종일 연장전·시상식이나 악천후 등을 감안할 때 시간이 촉박하기도 했다.
그래서 2008년 최경주가 우승한 소니오픈부터 '2차 컷' 제도를 도입했다. 36홀 라운드 후 1차 커트를 하고, 54홀 라운드 후 2차 컷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2라운드 후 공동 70위까지 3라운드 진출 자격을 주지만, 그 숫자가 78명을 초과할 경우엔 3라운드 후 또 한번 컷(공동 70위까지)를 하는 것이다. 2차 컷라인에 미달한 선수들은 4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한다. 이때 3라운드 후 2차 컷에서 탈락한 선수들을 통칭해 'MDF'(Made cut Did not Finish)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컷을 통과했으나 최종라운드까지 플레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MDF 선수들에게는 상금이 지급된다. 그 상금은 공식 상금랭킹에 포함된다. 그들의 성적은 라이더컵·프레지던츠컵·페덱스컵 등의 각종 랭킹이나 포인트에도 반영된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14~17일 열리는 KLPGA 챔피언십에 MDF를 도입했고, 그것도 2라운드와 3라운드 후 두 번 MDF를 한다고 밝혔다. 2라운드 후 공동 102위까지 3라운드에 진출하고, 3라운드 후 공동 70위까지 4라운드에 진출하는데 2,3라운드 후 이뤄지는 컷을 모두 MDF라고 해놓았다. 더욱 대회 요강에는 "'MDF는 출전자 전원이 커트를 통과하나, 대회를 마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국PGA투어의 일부 대회에서도 적용한다"고 설명해놓았다.
우선 MDF의 정의부터 틀렸다. 아예 컷 없이 치러져 모든 선수가 최종라운드까지 가는 대회는 있어도, 컷이 실제 이뤄지는 대회에서 출전 선수 전원이 컷을 통과한다는 말은 모순이다. 또 미국PGA투어에서는 지난 시즌(2019-2020)에 MDF 제도를 없앴다. 번거롭기만 하지, 별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2라운드 후 공동 65위까지 컷을 통과하는 것으로 일원화했고, 컷을 통과한 선수들은 모두 4라운드까지 플레이한다.
KLPGA 챔피언십은 코로나19로 세계 주요 프로골프투어가 중단된 가운데 처음 열리는 대회이고, 그래서 출전 선수 전원에게 상금을 준다는 취지는 좋다. 그 뜻이라면 컷 탈락한 선수를 포함해 출전자 전원에게 상금을 분배하는 예외를 적용하면 된다. 협회는 상금을 주긴 줘야겠는데, 그러려면 '컷 통과자라야 한다'라는 요건을 맞춰야 할 것같아서 '대회 출전=컷 통과'로 간주한 듯하다. 그러나 2라운드 후 최하위(공동 148위) 선수도 컷을 통과했다고 하면 견강부회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3위 박성현은 2라운드 합계 6오버파 150타(73·77)의 공동 118위를 기록, 2타차로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팬들은 그가 컷탈락했다고 하지, MDF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순위표에는 MDF로 표시됐다. 3라운드 후 탈락하는 '진정한' MDF와 함께 최종라운드에 나아가지 못한 모든 선수들은 내남없이 MDF가 되는 것이다. 한 번 있어야 할 MDF가 두 번 있는 것으로, 한 홀에 OB선이 두 개 그어져 있는 것과 다름없다. 미국이나 일본 LPGA투어 관계자나 해외 팬들이 이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까.
협회는 이번 대회가 코로나19 시대에 세계 골프대회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평가받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방역·무관중·진행 등에서는 현재까지 흠잡을 데 없어 보인다.
그러나 MDF를 억지로 끌어들인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 '로컬 룰'이나 다름없다. KLPGA투어가 세계 제1의 여자프로골프투어가 되기 위해선 소프트웨어를 더 갖춰야 할성싶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