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저압서 사용가능한 전도성 접착제
유연기판에 나노LED 입히기 쉬워질 듯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입고벗을 수 있는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개발까지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국내 연구진이 유연한 기판에도 나노LED 소자를 집적하는 것이 가능한 전도성 접착제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연꽃에서 힌트를 얻은 이 접착제 개발로 기존 상용기술 보다 소자 집적도가 20배 이상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한국연구재단은 김태일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연구팀이 삼성전자 연구진과 함께 전극 크기가 15마이크로미터(μm)에 불과한 초소형 전자소자의 고밀도 집적을 위한 전도성 접착제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 |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김태일 성균관대 교수 [사진=한국연구재단] 2020.05.13 nanana@newspim.com |
보통 소자가 마이크로 단위가 되면 소자 간 거리도 좁아지고 전극도 작아져, 소자의 배열이나 전극과의 연결이 더 까다로워진다. 한 화소의 가로와 세로 길이가 모두 100μm 이하인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의 가격이 현재 수억원을 호가하는 이유다.
이제까지는 집적과정에서 금속와이어나 전도성 필름을 이용한 패터닝 방식이 소자의 구성요소(LED, 트랜지스터, 저항 등)를 기판에 집적하는 데 주로 쓰였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고온·고압에서 진행돼 기판이 변형될 수 있는 유연한 기판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유연함이 필요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초소형 신경자극소자 같은 생체 의료기기에 활용하기에 한계가 있었던 것.
이에 연구팀은 저온·저압에서 전도성 접착제를 이용해,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30μm×60μm) 나노LED 수천 개를 유연기판 위에 집적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신용카드보다 작은 기판(5cm x 5cm)에 100μm 간격으로 60만개의 나노LED를 배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기존 상용기술 대비 20배 이상 집적도를 향상시킨 것이다.
고분자 접착제와 나노금속입자로 만든 전도성 접착제를 이용해 소자와 소자 또는 소자와 전극을 수직으로 연결했다. 스핀코팅이나 자외선(UV) 노광같은 비교적 간단한 공정을 이용하는데다 공정의 온도와 압력을 100℃, 1기압 이하로 내려 기판에 미치는 물리적 영향을 줄였다.
그 결과 수천개 이상의 초소형 나노LED를 99.9% 이상의 고수율을 유지하며 대면적으로 전사할 수 있었다. 나아가 급격한 온도 변화에 의한 열 충격이나 고온다습 환경에서의 신뢰성에 대한 테스트로 결합의 안정성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김태일 교수는 "연꽃표면에서 물을 튕겨내는 발수현상에서 힌트를 얻어 접착제 표면의 습윤성(wettability)을 조절할 수 있음을 이용했다"며 "기판을 덮은 유동성 있는 얇은 접착제 피막의 안정성이 피막의 두께나 소자, 전극의 표면특성에 따라 달라져 서로 접촉하거나 떨어지도록 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 |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비등방성 전도성 접착제 실제 적용 사례. (a)유연회로기판 위에 비등방성 전도성 접착제를 이용한 RGB LED 및 전자칩 집적소자 (b)비등방성 전도성 접착제를 이용한 마이크로 LED 대면적 고밀도 집적 (c)유연 PET 기판 위에 비등방성 전도성 접착제를 이용한 유연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자료=김태일 성균관대 교수] 2020.05.13 nanana@newspim.com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삼성전자 삼성미래육성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소재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지난달 16일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