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으로 급등했던 운임, 감산 합의에 급락
코로나19 경제 쇼크, 앞으로 영향 미칠 듯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국제 유조선의 수시계약 운임이 급락하고 있다. 5월부터 주요 산유국이 대규모 원유 감산에 나서면서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거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1주일 사이 초대형 유조선 용선료가 60%나 폭락했다. 신문은 "원유 감산이 본격화되면서 유조선 시장 상황이 전기를 맞이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앞서 유조선 운임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산유국의 증산과 원유를 해상에 비축하려는 수요 등으로 인해 일시 급등한 뒤 등락을 반복하고 있었다.
[인천=뉴스핌] 인천 북항 돌핀부두[사진=인천항만공사] 2020.03.30 hjk01@newspim.com |
보도에 따르면, 중동 극동항로의 운임수준을 나타내는 월드스케일(WS)은 지난 8일 현재 58정도에서 추이하고 있다. 이를 유조선을 빌리는 가격인 일일 용선료로 환산할 경우 5만6000달러 정도가 된다. WS는 적재가능 중량이 20만~30만톤급인 초대형유조선(VLSS)의 운임지표로, 기준이 되는 운임 수치는 100이다.
주요 산유국에 따른 대규모 감산이 시작되기 직전인 4월 30일 기준으로는 WS는 100 부근이었다. 용선료로는 13만달러 전후한 수준으로, 불과 일주일 사이에 6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감산이 영향을 미치는 건지, 원유 수송 수요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침체됐다"고 밝혔다. 통상 중동에서 수송하는 VLCC의 계약 성사 건수도 통상적으로는 월 초순 50건 정도지만, 이번 달은 30건 정도로 침체 정도가 크다.
신문에 따르면 원래 4~6월은 계절적으로 원유 비수기다. 다만 올해는 3월 중수부터 수시계약 운임이 급등하고 있었다. 지난 4월 초에는 WS가 210을 넘기도 해, 용선료로는 24만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산유국이 원유 증산에 나섰던 영향이었다.
이후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원유 수요가 감소해 육상 탱크의 저축 능력이 부족해졌고, 유조선을 사용한 해상 비축 수요도 급증했다. 일각에선 유조선을 반년정도 단기로 임대한 트레이더들이 해상 비축을 하면서 고가로 원유를 판매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으로 구성된 'OPEC+'가 5월부터 일일 970만배럴 감산한다는 데 합의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유조선 수요도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곳곳에서는 원유를 육지로 옮기지 못해 해상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해, 유조선 시장이 바닥을 치고 올라올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제활동이 재개된 중국에서 수요가 일부 회복돼 소폭의 상승을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다만 신문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로 인해 원유 수요가 떨어질 거란 우려가 여전히 강하다고 덧붙였다. 한 원유 브로커는 "감산 영향으로 계약성사 건수는 4월보다 적어질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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