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세계 기업 유동성 매출의 2.4개월분
자동차·기계 등 제조업 분야 보유자금 최대
중앙은행 완화기조에 회사채 발행 등 늘어나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전세계 기업들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보유자금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세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은 평균 월 매출의 2.4개월 분으로 나타나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들이 자금확보에 나선 배경엔 코로나19(COVID-19)가 있다. 전염병의 확산으로 경제가 사실상 멈추면서 매출은 급감하고 있지만, 고정비융 지출로 기업의 자금은 새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 위기감이 높다. 게다가 각국 중앙은행이 이례적인 금융정책을 펼치면서 기업들은 차입을 늘려 자금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신문은 "유럽에서는 경제재개 움직임이 나오고 있지만 (경제가) 원상복구 되려면 시간이 더욱 걸릴 거라는 게 지배적 견해"라며 "기업들이 자금조달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 차입 증가로 인한 재무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미국 달러화 [출처=로이터 뉴스핌] |
니혼게이자이신문 QUICK·팩트셋은 2020년 1분기 결산을 공개한 전세계 상장기업 약 5500사(금융 제외)의 자료를 집계했다. 이에 따르면 3월 말 보유자금은 3조7000억달러(약 4509조 9300억원)로 1년 전에 비해 약 15% 가량 증가했다. 1분기 평균 월매출의 2.4개월 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이는 전기와 비교해 0.4개월분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기업 매출은 5% 감소했지만 보유자금은 되레 늘어난 것이다.
이자 상환 부담이 있는 부채는 11조4700억달러(약 1경3976조 1950억원)로 약 10% 늘어나면서 자기자본을 웃돌았다. 신문에 따르면 이는 리먼쇼크 당시에도 없었던 상황이다. 하시즈케 고지(橋爪幸治)도쿄해상 애셋매니지먼트 주식운용부장은 "신용 리스크가 의식되는 국면에서는 (이런 상황이)용인된다"고 설명했다.
◆ "신용 리스크 의식 국면에서만 용인되는 수준"
대표적으로 미국 코카콜라는 1분기 80억달러(약 9조7480억원)를 조달해 보유자금을 176억달러(약 21조4456억원)로 늘렸다. 게다가 존 머피 코카콜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월 이후) 진행 중인 것을 제외한 모든 설비투자를 일시 정지한다"고 밝혀 앞으로도 유동성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업종 별로는 전 세계에 걸쳐 공급망을 갖고 있는 자동차(2.6개월분)와 기계(2.9개월분)업종이 보유자금을 각각 0.8개월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운항 업종의 경우도 같은 기간 0.4개월분을 늘렸지만 보유자금은 2.2개월분에 그쳤다.
이 같은 기업들의 움직임을 지탱해주는 건 각국 중앙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지난 3월부터 기업어음(CP) 매입에 나섰다. 4월부터는 회사채 매입을 시작해 저신용 채권을 포함,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서 매입규모를 7500억달러로 늘렸다.
자금 조달이 한결 쉬워지자 미국 보잉사는 총 250억달러(약 30조4575억원), 델타항공이 35억달러(약 4조2641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미국 기업의 4월 회사채 발행액은 2294억달러(약 279조 4780억원)로 월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해 향후 기업의 보유자금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앙은행에서 기업으로 자금이 공급된다고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되지 않으면 수요는 회복되지 않는다. 시게미 요시노리(重見吉徳) JP모건 애셋매니지먼트 글로벌마켓 투자전략가는 "경기가 회복해 공장 가동률이 돌아오려면 3년 정도가 걸릴 거라고 볼 필요가 있다"며, 자금이 투자로 이어지기 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