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에게 여성용 원피스 제공…1심은 유죄, 2심은 무죄
대법 "음란행위 알선 맞다…영업방식 매우 이례적"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유흥업소 손님들에게 여성용 원피스를 입게 하고 여성 종업원들과 놀게 한 행위는 음란행위 알선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풍속영업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원도 원주의 한 유흥업소 업주 김모(36) 씨와 매니저 김모(35)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이들은 유흥주점 내에 여성용 원피스를 비치해놓고 남성 손님들에게 입게 한 뒤 여종업원들의 가슴을 만지게 하는 등 음란행위를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이 현장 단속을 벌여 적발될 당시 손님들은 속옷을 벗고 원피스를 입은 상태에서 종업원들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 있었다.
1심은 음란행위 알선이 맞다고 판단하며 업주 김 씨에게는 벌금 100만원을, 또 다른 김 씨에게는 5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하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유흥을 돋우기 위한 도구로 원피스를 제공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가슴을 만지게 하는 방법으로 접객행위를 하도록 알선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당 업소는 유흥주점 영업 허가를 받은 곳이고 여성 종업원이 손님들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 또는 춤으로 유흥을 돋우는 것이 허용된 곳"이라며 "제공된 여성용 원피스는 손님의 유흥을 돋우게 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고 이를 입고 유흥을 즐기도록 한 행위가 사회적으로 유해한 영향을 끼칠 위험성 있다고 평가할 만한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은 2심 판결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은 "풍속영업규제법상 음란행위란 성욕을 자극하거나 흥분 또는 만족시키는 행위로, 일반인의 정상적인 수치심을 해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피고인들은 유흥주점의 남자 손님들과 여성종업원들 사이에서 음란행위를 알선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의 영업방식, 즉 여성용 원피스를 비치하고 갈아입게 한 다음 유흥을 돋우게 한 것 자체가 일반적인 영업방식으로는 보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며 "단순히 노래와 춤으로 유흥을 즐기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단속 당시 현장 상황에 비춰보면 피고인들의 추가 개입이 없더라도 남자 손님들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함으로써 음란행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편의를 도모한 주선행위라고 평가하는 것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