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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불법조작' 불복한다지만…1위 독주 벤츠, 아우디폭스바겐 전철 밟나

기사입력 : 2020년05월07일 16:00

최종수정 : 2020년05월07일 16:00

환경부 발표에 벤츠, "정당한 기술적·법적 근거" 주장
아우디 폭스바겐 BMW 등 정부에 '완패'..."실익 없을 것"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수입차 1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자사 일부 디젤 차종에 대한 환경부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 시정명령에 불복하기로 하면서, 법정 공방으로 치닫는 수순을 밟게 됐다.

수입차 업체가 정부로부터 배출가스 불법 조작 건으로 적발된 것은 2015년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를 시작으로 포르쉐, 닛산, FCA 등이다. 이번 벤츠의 경우 과징금 규모가 사상 최대인 776억원에 달한다.

향후 행정 소송과 환경부의 형사고발에 따른 수사 과정은 지켜봐야겠지만 이 과정에서 브랜드 신뢰도가 실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이슈를 넘긴 BMW와 아우디폭스바겐이 이 틈을 치고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2020.05.07 peoplekim@newspim.com

 ◆ 사상 최대 과징금 조치에 벤츠 "동의 어려워"

7일 환경부와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벤츠코리아는 전일 환경부가 내린 디젤 차종 12종에 대한 배출가스 불법 조작에 대한 과징금 776억원 등 시정명령에 불복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과징금과 함께 형사고발, 불법 조작 차량의 인증 취소, 결함시정(리콜) 명령을 할 방침이다.

벤츠의 배출가스 조작 규모는 S350 BlueTEC 4Matic L, GLC220 d 4Matic 등 디젤 차종 3만7154대다. 과징금 규모는 환경부가 배출가스 불법 조작과 관련해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가장 높다.

이와 함께 닛산 SUV 캐시카이(2293대), 포르쉐 SUV 마칸S 디젤(934대)도 같은 문제로 각각 9억원과 10억원의 과징금 시정명령을 받았다.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당국의 디젤 인증 시험 때만 배출가스인 질소산화물이 적게 배출되도록 장치를 조작했다.

실제 운행 시 인증 시험 때와 다르게 질소산화물 환원촉매(SCR)의 요소수 사용량이 줄어들고,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 작동이 중단돼 질소산화물 배출이 기준치를 초과한 것이다.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은 배기관에 요소수를 공급해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환원해 주는 장치다. 또 EGR(Exhaust Gas Recirculation)은 배출가스 일부를 연소실로 재유입시켜 연소 온도를 낮춤으로써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즉, 요소수 사용량이 낮고 EGR이 정상 작동하지 못하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많아진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가솔린 엔진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적어 SCR 등 장치가 불필요하다.

환경부 조사 결과 벤츠의 유로6 디젤 차종은 실제 도로 주행 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인 1㎞당 0.08g의 최대 13배 이상 증가했다.

벤츠코리아는 문제가 제기된 기능을 사용한 데에는 정당한 기술적·법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그동안 환경부 조사에 적극 협조해왔으며 앞으로도 지속 협조해 나갈 방침"이라면서도 "환경부의 발표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추후 불복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환경부와 벤츠코리아의 합의(?) 가능성도 제기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결과에 대해 환경부는 형평성을 확보해야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며 "벤츠 디젤 차종에 대한 각국의 조치, 경쟁차종과의 기술적 차이 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벤츠가 불복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적 반박의 여지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또 다른 자동차 전문가는 "현대차와 기아차도 한국 정부를 무서워 하는 데 수입차 업체가 왜 모르겠냐"며 "향후 불법 조작 차종 수가 줄거나 과징금 규모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 벤츠코리아 패소 가능성 커..."실익 없을 것"

관련 업계에서는 벤츠코리아가 행정 소송에 나서더라도 패소 가능성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배출가스 관련 처벌이 무거워지고 있어서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배출가스 인증 절차 위반으로 환경부의 과징금 78억원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환경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벤츠코리아는 2011∼2016년 약 20개 차종에 대해 배출가스 또는 소음 관련 부품을 인증이 안 된 부품으로 제작하고도, 변경 인증을 받지 않은 채 8000여대를 수입·판매하다가 환경부에 적발됐다.

또 벤츠코리아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은 벌금 27억원을 확정했다. 또 BMW그룹코리아도 배출가스 관련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혐의로 대법원의 벌금 147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후 BMW그룹코리아는 인증 관련 절차를 대폭 보강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증관련 절차를 보완하고, 관리 감시하는 부서를 설립해 전담인력을 확충하고 재발방지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우디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전까지 국내 수입차 시장을 장악하며 점유율을 늘려나갔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15년 폭스바겐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3위, 아우디 4위를 기록했다. 아우디·폭스바겐 두 브랜드를 합치면 당시 28% 점유율로, BMW(19.6%), 벤츠(19.3%)를 압도했다. 폭스바겐 티구안과 골프, 아우디 A4, A6 등 디젤 모델이 날개돋힌 듯 판매된 결과다.

하지만 이듬해 판매량은 반토막났다. 2017년 아우디는 962대, 폭스바겐은 단 한대도 못 팔았다. 그해 9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으로 부임한 르네 코네베아그 사장은 배출가스 인증 프로세스의 신뢰도를 높이는 전방위적 쇄신에 나서며 시장 회복을 시도하고 나섰다.

또 환경부의 검찰 고발에 따라 수사를 받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국내 법인과 관련자들이 재판에 넘겨져 지난 2월 1심 재판에서 법원을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브랜드 기술지원 업무의 집중도와 효율성 향상을 위해 각 브랜드에 속해 있던 현장기술지원팀과 기술교육지원팀을 그룹 애프터서비스부로 통합했다"며 "또 기술인증준법부를 두 개의 팀으로 개편해 파워트레인팀은 배출가스·연비 인증을, 제작차인증팀은 안전 관련 자기인증을 각각 담당한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시행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벤츠코리아는 앞으로 행정 소송부터 검경의 수사 등을 거치게 된다. 최근 아우디폭스바겐과 BMW 등이 수입차 시장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벤츠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변할 수 있는 시그널로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첫 디젤게이트인 아우디폭스바겐의 경우 요하네스 타머 전 한국 법인 사장이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독일로 출국 뒤 귀국하지 않으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 같은 전례와 배출가스 관련 처벌이 강화된 점에 비춰 벤츠의 행정 소송 등은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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