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국회서 윤상현 의원 주최 '야권 총선평가 토론회' 열려
김형준 "보수당, 시대정신에서 패배…진보 가치 귀 기울여야"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6일 "4·15 총선 책임은 전적으로 야당탓"이라며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야권 총선평가 토론회, 4·15 총선 평가와 야권의 향후 과제'에서 이같이 말하며 향후 야권에 탈피해야 하는 3대 이미지에 대해 지적했다.
'보수정당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세미나에 참석한 강원택 서울대 교수.[사진=뉴스핌DB] |
주제 발표에 나선 강 교수는 "보수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고령층이 지지하는 정당이란 느낌"이라며 "세대교체에 대해 여론이 지적하고 있고, 발굴을 위해 노력한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없었다. 젊은 이미지로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는 '영남당'을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실제로 통합당이 얻는 의석 3 분의 2가 대구·경북(TK)와 부산·울산·경남(PK)"라며 "통합당이 3당 합당을 말했지만, 영남연합으로 정리된다"고 질타했다.
강 교수는 "전라남북도, 광주인구와 TK 인구가 거의 같아서 서로 상쇄하는 면이 있다"며 "끄렇다면 남은 곳은 PK다. 이 지역 인구는 TK보다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각종 선거에서 야권이 지지를 얻었기에 보수정당이 유리함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의미심장한 결과가 나왔다"며 "부산의 보수진영 지지도가 43.5%에 육박했다. 울산은 16.2%에서 38.6%로 두 배 넘게 올랐다"고 경고했다.
강 교수는 "특히 호남지역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민주당에는 김부겸, 김영춘 의원 등 험지에서 노력한 사람이라는 상징적인 존재가 있지만, 보수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통합당은 호남 28개 지역 가운데 16개 지역에 공천을 하지 못했다"며 "이는 전국정당이 아니다. 한 나라를 다르겠다는 정당이 특정 지역에 후보자도 내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제 광주 문제에 다가서서 공감하고 아픔을 어루어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마지막으로 권위주의적인 정치적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민주화된지 3년이 넘은 지금 세상에서 왜 아직까지 권위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3당 합당, 민주화 운동을 이끈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보수의 일원이다. 그게 보수정책의 출발"이라며 "보수는 민주화와 긴밀한 관계가 있고, 기여한 바가 있는데 그런 문제만 나오면 비켜가고 되레 권위주의를 옹호하는 식이다. 이것은 비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민주화가 된 1987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벌써 30대 중반이다. 그런데 아직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야기만 하면 뭐가 되겠나"라며 "그 사람들은 민주화된 사회라는 것이 태어날때부터 자연스러운 공기 같은 것이다. 이런 것들을 버리지 않으면 젊을 세대의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중도층이 여전히 선거를 좌우하는 만큼 노력하면 보수진영이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양자대결에선 48(보수)대 52(진보)였고 보수가 살아날 실낱같은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수당은 시대정신에서 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라며 "4번의 선거에서 졌다는 것은 이제 국민들이 보수의 가치보다 진보의 가치에 더 귀기울인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맞춤형 복지 등 협치를 넘어 포용의 자세를 가져가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윤상현 무소속 의원 yooksa@newspim.com |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윤상현 무소속 의원(4선·인천 미추홀을)은 "통합당을 뛰어넘는 야권 재편이 필요하다. 지역이나 이념이나 세대를 뛰어넘는 캐치올파티(catch-all party, 특정한 계급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대표하고자 하는 정당)가 출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창조적 파괴를 통해 사고는 유연하게, 정책은 더 유연하게, 그러나 실력은 강한 야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총선 전 공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은 과학적 공천을 했지만, 통합당은 과학적 공천을 하지 못했다"며 "예로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후보를 공천하는데 수도권 10개 지역을 놓고 여론조사를 했다. 그 결과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선거운동도 과학적으로 했다. 고민정 후보는 통화량이 폭주하는 곳을 알아내고 미리 그 위치에 가서 선거운동을 했다"며 "그러나 통합당은 이상하게 돌려막기식 공천, 뺄셈 정치의식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통합당에는 대권후보가 많았지만 다 험지에 출마했다. 특정 인물을 지정해서 희생양으로 삼는 뺄셈 정치의식을 버려야 한다"며 "당의 자산으로 키워야 하는 사람을 강남, 용산 등 수도권에 좋은 지역을 놔두고 험지에 내던졌다. 과학적이지 못한 공천"이라고 한탄했다.
윤 의원은 "총선 결과를 보면 지지층이 41.% 결집된 것 같은데 수도권과 중도층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며 "지지도 확장 방향성을 얻은 것이 오히려 큰 수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도권과 중도층을 사로잡아야 하고 호남지역을 개척해야 한다"며 "우리가 사고를 바꾸고 지역, 세대, 계층, 이념을 넘나들어야 한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사고를 공유하고 중도, 실용으로 가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강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았고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taehun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