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트라우마 호소...심리상담까지 받아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한 어린이집 교사가 출근 첫날 선천성 심장병을 이유로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고용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6일 인권위에 따르면 A(26·여) 씨는 지난해 12월 2일 한 어린이집에 취업, 첫 출근을 했다. 어린이집 원장 B씨는 A씨의 가슴에 있는 흉터를 발견하고는 어떻게 생긴 흉터인지 물었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았던 A씨는 "수술 당시 생긴 흉터로 현재는 모두 완치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삼일대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청사 전경. [사진=국가인권위원회 제공] |
출근 첫날 무사히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A씨는 B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B씨는 다짜고짜 "심장병 수술 사실을 왜 말하지 않았느냐", "갓난아이들을 하루종일 안고 다닐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A씨는 "심장병은 이미 완치됐고 일상생활도 지장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B씨는 심장병으로 갑자기 쓰러져 죽는 사람도 있고 심장병은 언제 재발할지 알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다른 편한 일을 찾아보라"고 통보했다.
A씨 어머니는 "자녀의 가슴 흉터를 보고 심장병이 재발할 수 있다며 당일 저녁 전화로 그만두라고 한 것은 병력을 이유로 한 고용상 차별이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이 사건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 및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심리상담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인권위에 "어린이집 일이 힘들기 때문에 피해자의 심장병이 언제 재발할지 모르니 다니는 동안 일을 해보고 힘들면 다른 일(육체적으로 편한 일)을 가져보라고 조언을 했다"며 "A씨가 이를 해고하겠다는 것으로 오해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B씨가 직접적으로 '해고'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어도 당시 상황과 발언 내용을 종합하면 사실상 해고로 받아들여진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A씨가 본인의 의사에 반해 심장병을 이유로 해당 어린이집에서 일할 수 없게된 것은 '병력을 이유로 한 고용상 불리한 대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인권위는 B씨의 발언이 의학적 사유나 A씨에 대한 업무수행 평가 등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병력에 대한 선입견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씨가 정신적 피해를 입었지만 해당 어린이집에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B씨에게 손해배상으로 200만원을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B씨의 행위는 합리적 이유 없이 병력을 이유로 A씨를 고용상 불리하게 대우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