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김환기, 백남준, 이우환, 천명자까지. 해외 시장에서도 기죽지 않을 한국미술 거장의 작품들이 갤러리현대 50주년 전시에 함께한다. 이 가운데 한국 미술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김환기의 '우주(Universe 5IV-71 #200)가 지난해 경매 이후 최초로 한국에 전시돼 주목된다.
갤러리현대의 50주년 기념 전시 'HYUNDAI 50'은 21일 취재진에 공개됐다. 본관(현대화랑) 전시장 입구에는 50년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50년 전 박명자 회장이 이끈 현대화랑도 볼 수 있으며, 백남준 작가와 젊은 시절의 박회장의 얼굴도 사진으로 자리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현대 50' 전시장 전경 [사진=갤러리현대] 2020.04.21 89hklee@newspim.com |
한국 현대미술의 50년 역사를 함께한 현대화랑은 지난 세월 갤러리와 '인연'을 맺은 작가와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1, 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40명의 70여 점을 선보인다. 모든 출품작은 1970년 개관전부터 열린 수많은 개인전과 기획전을 통해 소개된 것으로 컬렉터들을 통해 이번 전시에 다시 한 번 공개됐다.
갤러리현대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화가 이중섭과 박수근의 대표작도 공개한다. 이중섭의 '황소'와 박수근의 '골목 안'이 나란히 본관 전시장 1층에 놓여있다. 특히 이중섭의 '황소'는 1972년 그의 회고전이 열렸던 당시 걸렸던 자리에 다시 자리잡아 의미가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중섭의 '황소'와 박수근의 '골목 안' 2020.04.21 89hklee@newspim.com |
갤러리현대는 이중섭과 박수근의 전시를 여러 차례 소개했다. 이중섭의 전시는 1972년, 1999년, 2015년 3번에 걸쳐 개최했는데 특히 1972년 전시의 경우 '천재 화가' 이중섭을 미술계에서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곳곳에 흩어진 그의 작품을 한데 모은 이 전시로 갤러리가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을 수 있었다. 1999년 개최한 이중섭의 회고전에는 9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갤러리현대와 박수근과는 1970년 유작 소품전을 개최하며 인연을 맺었다. 1985년 '박수근의 20주기 회고전'을 통해 향토적이고 소박한 한국적 정서를 담은 그의 작품 세계가 세상에 더욱 널리 알려졌다.
본관 2층 전시장 한켠에는 박명자 회장과 작가, 그의 지인과 나눈 편지도 전시돼 있다. 김환기의 부인 김향안, 작가 이우환 등 전시 개최를 앞두고 나눈 고마움을 전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읽는 재미가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백남준의 '마르코 폴로' [사진=갤러리현대] 2020.04.21 89hklee@newspim.com |
신관 1층에는 백남준의 공간이 따로 마련됐다. 갤러리현대는 백남준의 한국 전속화랑으로 작가의 국내외 활도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1988년 개인전 '88서울 올림픽기념 백남준 판화전'이 열려 올림픽을 주제로 한 '로봇 가족' 연작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고 1990년 7월 갤러리현대 뒷마당에서 굿 형식의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를펼 쳤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장을 수상(독일관)한 대형 TV조각 '마르코 폴로'가 설치돼 있다.
이 작품과 관련해 도형태 대표는 "갤러리현대와 백남준과 인연으로 중요한 작품이다. 제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아모레퍼시픽 서회장에 소개한 작품이다. 부탁드려서 전시장 1층에 단독으로 전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2부 전시에는 1990년 이후 국제화 시대를 맞아 갤러리현대에서 작품을 선보인 국내외 작가 40여 명을 초대한다. 전시를 통해 해외 거장들의 작품을 한국 미술계에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한국 작가와 작품을 해외 미술계에 프로모션한 20여 년을 조망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전시장 전경. 오른쪽 작품이 김환기의 '우주' [사진=갤러리현대] 2020.04.21 89hklee@newspim.com |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132억에 낙찰된 김환기의 '우주(Universe 5IV-71 #200)'는 신관 2층에서 볼 수 있다. 경매 이후 최초 공개다. 이 작품은 앞서 2012년 갤러리현대의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전에도 출품됐으며 8년 만에 다시 조우하게 됐다.
도형태 대표는 이 작품을 이미 미국 유학시절 '우주' 소장자였던 김마태 박사의 집에서 마주한적 있다. 도 대표는 "김마태 박사의 집에서 이 그림을 자주 봤다. 당시 어머니(박명자 현대화랑 회장)께서 '이 작품은 반드시 한국에 돌아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이뤄져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우주'는 김환기가 1971년에 제작했으며 김환기 추상회와의 정수로 통한다. 그의 작품 중 유일하게 두 폭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254cm x 254cm 크기로 더욱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수직으로 긴 양 화면의 원 이미지가 조화롭게 이뤄지면서도 확장되는 듯한 구도가 감동을 자아낸다.
도형태 대표는 갤러리현대의 지난 50년에 대해 "오랜 역사를 갖고 오면서 미술관급의 전시를 많이 했다. 상업화랑이 입장료를 받으면서 전시하는게 부담스럽지만 이렇게 이끈 이유는 좋은 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화랑 전시는 미술관 전시와 다르게 상업적 가치를 가진 작품을 선보인다. 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상업적 가치가 있는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화랑과 경매 회사, 미술품을 취급하는 업체들이 함께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갤러리현대 50년 역사를 모은 사진 [사진=갤러리현대] 2020.04.21 89hklee@newspim.com |
추후 갤러리현대는 한국 미술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집중할 예정이다. 도형태 대표는 "지난 50년은 저희 부모님께서 잘 이끌어왔다. 저 역시 동네는 물론이고 해외로 확장해 한국 미술을 알리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전시는 일정 기간 새로운 홈페이지의 '스토리즈' 섹션에서 온라인 프리뷰로만 공개된다. 일반 현장 관람은 5월 12일부터 가능하다.
현대화랑은 1970년 4월 4일 종로구 인사동에서 문을 열었다. 당시 서화, 골동품, 고서를 다루는 상점 외 전문적으로 미술품을 거래하는 화랑이 없던 시절 박명자 회장은 한국 전통화는 물론 현대미술까지 다루는 최초의 전문 화랑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장을 열었다. 작품을 판매하고 수수료로 화랑을 운영하는 구조를 우리 미술시장에 들이며 작가를 후원했다. 이중섭과 박수근 전시를 통해 작고 작가를 재조명하고 한국 현대미술을 해외에 알리는데도 노력했다. 현재 현대화랑은 박명자 회장과 아들 도형태 대표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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