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정보공개청구에 외교부 "대외적 신뢰도 하락 우려"
법원 "정보 비공개는 가까운 장래에 직면할 구체적 위험"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정부가 2017년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얻은 정보 일체를 탑승 선원 가족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스텔라데이지호 선원 허모 씨 가족이 외교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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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지난해 8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앞에서 열린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원인 규명과 유해수습을 위한 2차 심해수색 촉구 20차 기도회'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와 실종자 가족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2019.08.13 alwaysame@newspim.com |
재판부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 대상이라고 밝혔다. 공공기관이 계약 상대방과 맺은 비공개 합의의 존재만으로는 정보 공개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만약 비공개 합의만으로 정보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면 공공기관은 정보 공개를 회피할 목적으로 계약 내용에 비공개 합의를 넣어 정보공개법 규정을 유명무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체와의 비공개 합의가 깨져 정부의 대외적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불확실하고 추상적인 위험'에 불과하며 정보 비공개로 발생한 위험은 '가까운 장래에 직면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이라고 판단했다.
즉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실종자 가족들이 권리 행사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사고 대응을 둘러싼 여러 추측과 오해가 생기면서 공권력에 대한 신뢰 훼손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청구 정보에 업체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이 얼마나 포함됐는지 불분명하고 공개로 인해 업체가 얻을 불이익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 피고 측이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업체와 외교부가 주고받은 이메일에 사생활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을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고도 덧붙였다.
법원에 따르면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 브라질에서 출발해 중국으로 항해하던 중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당시 필리핀 선원 2명은 구조됐지만 한국인 8명을 포함해 22명이 실종됐다.
외교부는 지난해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해역을 수색한 결과 사람의 뼈로 의심되는 유해 일부와 작업복으로 보이는 오렌지색 물체를 발견했지만 수습하지 않았다.
이에 허 씨 가족들은 외교부에 심해 수색 업체로부터 받은 결과 보고서 등 관련 자료 일체와 업체와의 계약서, 이메일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외교부는 수색 결과 보고서, 선체 정밀 촬영에 관한 제안서 등에 언급된 내용 전체, 업체 제안서 평가위원회 회의록 등을 공개했다.
하지만 업체 계약서, 대면 회의록, 결과 보고서, 업체와 주고받은 이메일, 업체 용역 대금 지급 내역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용역 계약상 비공개 합의로 인해 해당 정보를 공개할 경우 정부의 대외적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 ▲관련 정보 중 일부는 업체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점 ▲관련자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비공개 사유로 들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