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채권단에 자구안 제출...최종안 줄다리기 이어질 듯
박정원 회장 등에 쏠리는 책임론...경영능력 시험대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자구안을 제출하면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 등 오너 일가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두산그룹의 현 위기를 놓고 오너 일가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가운데 최종 자구안을 확정하고 두산그룹을 정상화 할 이들의 경영능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두산> |
◆ "뼈를 깎는 자세" 자구안 제출했지만...최종 자구안 줄다리기 치열할 듯
15일 재계와 두산그룹 등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 13일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KDB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채권단에 제출했다.
두산그룹은 구체적인 자구안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채권단이 고강도 자구안을 요청해왔다는 점에서 높은 수준의 자구 계획이 포함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우선 두산솔루스, 두산퓨얼셀 등 계열사와 두산중공업 내 사업부 매각, 오너 일가 사재출연, 두산그룹 계열사 임직원 급여 삭감 등 방안이 자구안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의 경우 모두 두산그룹의 미래성장을 이끌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특히 두산솔루스는 박정원 회장 등 특수관계인(44%)과 ㈜두산(17%)이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어, 오너 일가의 희생을 촉구하는 채권단의 요구와도 맞아 떨어지는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등 두산중공업의 알짜 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 역시 자구안에 포함됐을 확률이 있다. ㈜두산→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현 지배구조에서, 두산중공업을 사업회사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지분을 가진 투자회사로 분리해 투자회사를 (주)두산과 합병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자구안이 채권단의 눈높이에는 도달하지 못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부 계열사 매각만으로는 제일 시급한 자금 마련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채권단이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등 매각을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커지는 오너 일가 책임론...위기 극복 리더십 관건
두산그룹이 이처럼 자구안을 내놓으며 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그뤂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오너 일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박정원 회장은 지난 2016년 박용만 전 회장으로부터 그룹 회장 자리를 물려받으며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4세 경영시대를 연 인물이다. 하지만 취임 4년 만에 최악의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아픈 손가락'인 두산건설의 실적 부진을 막지 못해 두산중공업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사진=두산> |
박정원 회장의 동생 박지원 회장 역시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두산중공업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지만, 급격히 쇠퇴하고 있는 석탄발전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 9일에는 두산건설에 막대한 돈을 지원했다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로부터 배임 혐의로 검찰 고발까지 당한 상황이다.
채권단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오너 일가의 경영 실패 요인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급여 삭감,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참여 외에 더 큰 고통분담을 이들에게 요구할 확률이 높다.
결국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최종 자구안을 확정하고, 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오너 일가의 희생과 결단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위기 극복을 위한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그룹과 대주주(오너 일가)는 책임경영을 이행하기 위해 뼈를 깎는 자세로 재무구조 개선계획을 마련했다"며 "두산중공업 또한 경영 정상화와 신속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 또는 유동화 가능한 모든 자산에 대해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iamky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