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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딸 'KIST 허위인턴' 증명서는 3개…발급해준 교수 "정경심이 부탁"

기사입력 : 2020년04월08일 19:24

최종수정 : 2020년04월09일 07:47

8일 정경심 재판서 KIST 전 센터장 증언…"정경심이 발급 부탁했다"
"정경심 믿고 써준 것…증명서 아니지만 요청은 책임자에게 했어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장녀 조민(29) 씨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허위 인턴 증명서는 모두 3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를 발급해준 교수는 "정경심 교수가 부탁해서 써주게 됐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판사)는 8일 사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에 대한 9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에는 이광렬 전 KIST 기술정책연구소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소장은 정 교수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딸 조 씨를 동료 교수 실험실에 연결시켜준 인물이다. 조 씨가 실제로 인턴십을 이수하지 않았음에도 인턴 기간 등을 허위로 작성한 확인서를 발급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전 소장은 "2011년경 정 교수가 '딸이 KIST 실험실에서 연구경험을 쌓고 싶어한다. 생물 쪽의 실험실을 쓰게 해달라'고 해서 정병화 교수에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 전 소장은 딸 조 씨가 실제로 인턴십 기간 동안 며칠 출석했는지, 인턴 기간 도중 케냐로 봉사활동을 갔는지여부도 지난해 논란이 불거진 뒤 처음 알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검찰조사 당시 '어렵사리 소개했는데 며칠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매우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언론에서 논란이 돼 알게 됐다는 거였는데, 2011년 당시 정병화 교수가 성실하지 않았다고 컴플레인(항의)을 했던 것은 기억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 후보자가 딸의 동양대학교 총장상과 관련한 주광덕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2019.09.06 kilroy023@newspim.com

법정에서 공개된 이 전 소장과 정 교수의 이메일에 따르면 정 교수는 인턴십이 종료되고 2년 뒤 "2011년 7월 11일부터 주5일 9시부터 6시까지 약 2~3주 내지 진행하다 팀내 타 실험조에서 야기된 분란으로 중도하차하게 됐다"며 이 전 소장에게 확인서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 전 소장은 "(확인서를 써준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해 8월 25일 정 교수에게 전화를 받고 작성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정병화 교수가 저에게 컴플레인을 하긴 했지만 정 교수가 그렇게 얘기하니 친구이기도 하고 믿을 만하다고 해서 그냥 써줬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조 씨의 KIST 인턴 증명서가 총 3개의 버전으로 존재하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조 씨는 이 전 소장으로부터 증명서 원본을 받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할 당시 이를 일부 수정했고, 차의과전문대학원에도 일부 수정한 버전을 제출했다.

원본에는 인턴기간이 '7월 11일부터 3주간 주40시간'이라고 명시돼 있으나, 서울대본에는 인턴기간이 '7월 11일부터 29일까지 3주간(주5일 8시간 근무, 총 120시간)'으로 수정됐다. 또 차의대본에는 원본과 달리 기간 부분에 '월~금 9시부터 6시까지'가 추가됐다. 

이 전 소장은 검찰이 원본과 서울대본, 차의대본을 비교해 보여주면서 '이 문서들을 수정해도 좋다고 사전승낙 혹은 사후승인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검찰조사 당시에도 수정에 동의하거나 권한을 위임한 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정 교수가 자신이 작성한 서류를 공식적인 문서로 보이게 하려고 막 갖다붙였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자녀 부정 입시 및 가족 투자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0.23 mironj19@newspim.com

다만 이 전 소장은 "제가 작성한 것은 엄밀히 말해 공식적인 증명서가 아니라 이 학생이 어떤 일을 했다고 하는 추천서 혹은 레퍼런스 레터(Reference letter·참조 편지)"라며 "공식적인 증명서가 될 수 없는 개인적 서한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레퍼런스 레터는 당연히 정병화 교수에게 요청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증인신문 말미에 "제가 허위인턴 증명서를 써준 것처럼 보도돼서 곤혹스러웠고 무엇보다 과학기술에 뜻이 있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 게 의전원 입시에 이용됐다는 점이 실망스럽다"며 "이런 개인적인 서한이 공식 서류로 사용돼서 논란이 된 게 안타깝다. 개인적으로는 30년 연구 경력이 이런 불명예스러운 일로 얼룩지게 된 게 가슴이 아프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한 가지 과학기술자로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젊은 학생들이 과학기술 현장에서 실습하고 연구하는 건 학생들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고 과학기술자들이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하고 있다"며 "이런 사건이 그런 취지를 왜곡하고 위축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우리 사회가 그런 것(프로그램)을 지켜줄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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