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로부터 수억원대 뒷돈 수수 혐의
검찰 "갑의 횡포로 하청업체 불법 내몰려"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검찰이 납품업체로부터 수억 원의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48)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대표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8일 오후 3시 배임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조 대표 등 3명에 대한 1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있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가 지난해 11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11.21 alwaysame@newspim.com |
검찰은 조 대표에게 징역 4년 및 추징금 6억1500만원을 구형했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 대표의 형 조현식(50)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배임증재 혐의를 받는 납품업체 대표 이모(53)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경제서열 40위권의 한국타이어는 그 위상에 맞지 않게 회사를 불투명하게 운영했다"며 "피고인의 자백과 관계인의 진술, 자금 흐름 내역 등으로도 충분히 불법성이 입증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대기업의 오너로서 을의 위치에 있는 하청업체에게 적극적으로 금액을 요구했다"며 "해당 회사의 임직원들은 매월 급여의 전액을 내거나 갖은 방법을 동원해 돈을 마련하는 등 불법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호인과 가족회사 등이 진술하는 계열사 법인자금 횡령은 사안의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매출 대부분이 내부 거래로만 발생했고 그대로 모기업인 한국타이어로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뒤늦게나마 혐의를 자백하며 피해를 회복한 것은 검찰로서도 다행이다"면서도 "다만 자백이나 피해회복에 이른 경위를 잘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대표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자신의 과거를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자신의 행위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발생한 피해는 모두 보전됐고 피해자들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실질적으로 한국타이어에 끼친 손해나 제3의 피해는 없다"고 변호했다.
조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지금 매우 참담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안일한 생각으로 수십 년간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고통받은 많은 분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떤 경영인으로 기억될지, 어떤 생각으로 살아갈지 많은 생각을 했다"며 "과거의 과오를 되새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으니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대표는 한국타이어에 타이어 윤활유 일종인 '이형제'를 원재료로 납품하는 대가로 이 씨로부터 매월 500만원씩 총 6억1500만원을 차명계좌를 통해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한국타이어 계열사로부터 매월 200~300만원씩 2억6300만원 상당의 돈을 받아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해 1월 국세청이 한국타이어그룹 총수 일가의 탈세 의혹을 고발한 내용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 대표의 개인 비리 혐의를 파악하고 수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검찰은 같은 해 12월 조 대표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한편 조 대표는 조양래(83) 전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으로 2001년 이명박(79)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 씨와 결혼했다.
조 대표 등의 1심 선고기일은 오는 1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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