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등급 내리면 은행 대출 금리도 올라
무디스 "은행 대출 부실화 위험 커졌다"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기업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확대되면서 시중은행들도 대출 포트폴리오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경기둔화에 맞춰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총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대출 비중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은행은 연초 자산 포트폴리오 배분을 통해 ▲대출 ▲자산운용(채권·외환 등) ▲투자은행(IB) 등 규모를 설정하는데, 여기서 대출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A은행 관계자는 "내부에선 포트폴리오 재구성이 IB와 해외투자를 늘리고 수익을 다각화하는 전략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사실상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대출 규모를 조정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B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유동성 공급을 강조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대출 비중 축소 논의는 지속하고 있다. 대출 '조이기'는 결국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10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프로그램을 내놨으나 업계에서는 정유·항공·보험 업종 등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4월부터 신용평가사들이 정기평가를 실시하는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기업 실적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평사는 정부의 자금 공급이 유동성 리스크를 완화시키기는 하지만, 기업 펀더멘털을 개선할 이슈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업 신용등급 하향조정은 은행 대출 축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결국 은행 대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게 된다. 반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리스크가 커지는 만큼 건전성 유지를 위해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들은 당국 요청에 따라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대출 등 다양한 저금리 상품을 공급하고 있으나, 이는 은행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은행의 고정이하여신(회수 불확실성 우려가 높은 대출) 비율이 높아지면 대손충당금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은행권 부실채권비율(0.77%)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까지 내려왔으나, 올해는 다시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대기업 신용도 하락은 하청업체들의 리스크 확대로 이어지는데다, 매출채권담보대출과 어음할인 등 금리도 오르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며 "상황이 더 악화되면 시장금리도 오를 것이고, 은행도 대출 금리를 높여서라도 전체 대출을 줄이고 부실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 시중은행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일 한국 은행업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대출 부실화 위험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