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업 직격탄…마스크시장 나홀로 호황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 과잉설비 우려
韓 마스크 품질 인증…"전세계 수출 고려"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 나아가 전세계를 덮치면서 전 산업이 직격탄을 맡고 있는 요즘, 하루 2교대로 16시간씩 바쁘게 설비를 돌리는 곳이 있다. 소위 '품절대란'을 맞은 마스크를 생산하는 공장들이다.
정성훈 경제부 기자 |
이들 공장들은 코로나19 발병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를 막는 '보건용 마스크'와 주로 수술용으로 쓰이는 '의료용 마스크' 등을 생산해 약국이나 병원 등에 납품해왔다. 특히나 수요가 일정한 의료용 마스크와 달리 보건용 마스크는 날씨 상황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일정치 않아 재고를 창고에 쌓아두기 일쑤였다.
하지만 전염성이 높은 코로나19 발병 후 확진자, 사망자가 속출하자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었다. 개당 마스크 가격은 최대 10배까지 치솟았다. 1000원 남짓하던 마스크는 최고 1만원 넘게 거래됐다.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위기를 기회로 보고 너도나도 공장 풀가동에 들어갔다.
더욱이 마스크를 생산하지 않던 공장들도 설비를 추가로 구매해서까지 마스크시장에 뛰어들었다. 설비 가격이 대당 1억5000만원 수준으로 저렴한데다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진입장벽이 낮은 대표적 업종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소 몇개월만 돌려도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간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 100여개 남짓하던 마스크 제조업체는 현재 150여개로 1.5배 늘었다. 하루 생산량도 일 평균 300만~500만개 수준에서 현재는 1200만~1500만개까지 확대됐다. 한 달 사이 3~4배 가량 생산량이 늘어난 것이다.
생산량이 늘면서 마스크 시장규모도 당연히 커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정부는 마스크 생산업자에게 당일 생산량의 80% 이상을 정부 계약을 통한 공적판매처(우정사업본부, 농협하나로마트, 약국, 의료기관, 특별공급 등)로 납품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2일 기준 약 1000만개 수준이다. 이를 개당 판매가격인 1500원으로 계산해보면 약 150억 규모다.
여기에 나머지 생산량 20%(약 250만개) 가량도 최소한 공적 판매가격 이상으로 판매된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 시장 규모는 약 187억원(1250만장)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를 한 달로 환산하면 2244억원, 1년으로 환산하면 2조6928억원 시장이다. 물론 이는 생산한 마스크가 전량 판매됐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공적 판매 이전까지만 해도 마스크 가격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에 정확한 시장 규모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다만 코로나19 발병 전 최소 생산량 300만개에서 코로나19 이후 1250만장까지 4배 이상 늘어났다고 가정하면, 시장규모 역시 이에 못지 않게 늘었을 것으로 추측하는 정도다. 정부도 산발적으로 생산되는 마스크 시장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세계적으로 마스크 생산량을 늘리는 건 우리 뿐만 아니다.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마스크 생산 능력을 갖춘 대부분 국가들이 앞다퉈 생산량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마스크경제'가 불붙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유의미한 마스크제조시설을 갖춘 나라는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등 동북아 4개국을 포함한 15개국 정도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최근 의료·전자 생산업체까지 마스크 시장에 뛰어들면서 9000여개 생산업체가 난립해 있다. 이들 업체들이 전세계 마스크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업체들의 하루 평균 마스크 생산량은 1억1600만장(2월말 기준)으로 추산된다.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분량이다.
이 외에도 대만은 1월 기준 400만장 수준이던 마스크 생산량을 최근 1300만장까지 늘렸고, 프랑스 역시 최근 마스크 생산량을 3배 가량 확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일본도 마스크 생산량 확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어느정도 진전되고 나면 마스크 과잉공급 현상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선진국들이 마스크 설비 투자를 안하는 이유는 단순하다"면서 "코로나19 여파로 향후 1년정도는 장사가 될 수 있지만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는 공장문을 닫아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재난상황이 잇따라 발생하지 않는 이상 오히려 과잉설비를 우려해야 할 시점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건 국내에서 생산하는 마스크 품질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현재 보건용 마스크를 KF80, KF90, KF94 등 3단계 등급으로 나눠 관리중이다. KF란 korea filter 라는 뜻으로 숨을 들이마실때 먼지를 걸러내는 비율을 말한다. 즉, 숫자가 높을수록 미세먼지를 걸려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의미다.
기타 마스크 생산 국가들도 나름의 인증기준을 세워 품질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마스크 핵심 원재료인 마스크 필터용 부직포(멜트블라운) 기술력은 한국이 최고 수준이란 평가다. 바꿔 말하면 전 세계 어디다 내놔도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정부는 현재 6월 말까지 5부제로 시행중인 '마스크 긴급수급조정조치'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마스크 수출을 고려중이다. 단, 이때까지 국내 수급이 안정화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정부 관계자는 "긴급수급조정조치가 자유화되면 수출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제품 인허가 기관인 식약처와 부자재 관리 기관인 산업부 등 관계부처가 함께 마스크 수출과 관련한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가 물러가면 전세계적인 마스크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관련 이슈는 언제 어디서나 생겨나기 마련이다. 끊임없는 품질개발로 마스크가 의료시장의 수출효자 상품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