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 사진, 동양화 등 다양한 장르 소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2020 금호영아티스트' 4인이 저마다의 활력으로 미술관에 에너지를 가득 담았다. 사회를 향한 비판을 서사적으로 그린 동양화를 비롯해 산업화를 이끈 도시의 밤 풍경을 빛으로 담은 사진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관람객에 선사한다.
금호미술관은 1일부터 내달 5일까지 신진작가전 '2020 금호영아티스트'를 개최한다. 미술관은 금호영아티스트 공모 프로그램을 통해 만 35세 이하 젊은 작가들의 개인전을 지원하고 있다. '2020 금호영아티스트' 전시는 2019년 제17회 공모에서 선정된 김세은, 노기훈, 박아람, 조민아 네 작가의 개인전으로 구성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조민아 작가 전시장 전경 [사진=금호미술관] 2020.04.01 89hklee@newspim.com |
1층 전시장에서는 조민아 작가의 전시 '빼기, 나누기 그리고 다시 더하기'가 펼쳐진다. 개인의 삶을 파편적인 서사와 상징으로 그려낸 동양화 작업을 볼 수 있다.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우는 캔버스 속 다양한 인물과, 동식물, 사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 작가는 분열과 갈등의 집합체인 사회의 전반적인 시선을 그렸다. 조민아 작가는 "사회를 바라보는 제 시선은 낙관적이지 않다. 결국은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태도도 어떤 구성원의 주체적 본질, 본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체적인 현상을 관찰하는 것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2층 전시장에는 도시의 주변적 풍경을 관찰하며 경험한 감각과 운동성을 재현하는 김세은 작가의 회화 작업이 전시돼 있다. 김세은 작가의 작품도 상당히 흥미롭다. 주로 도시에서 살아온 김세은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도시의 운동성을 보여주는 추상을 완성했다. 도시의 규칙 속에서 구멍과 터널, 다리 등 아무것도 아닌 공간을 구조의 움직임을 상상해 허구의 운동성을 표현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김세은 작가 전시 전경 [사진=금호미술관] 2020.04.01 89hklee@newspim.com |
김세은 작가의 전시공간에는 알루미늄 플레이트가 놓여있는데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닥에 놓인 알루미늄 플레이트와 관련해 김세은 작가는 "알루미늄 플레이트를 일부러 놓았다. 미술관이 주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도시 분위기를 주고 싶었다. 이 플레이트에 비친 그림과 그림을 보는 시선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 3층에는 박아람 작가의 '타임즈' 전시가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장에는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의 면이 양쪽 벽면에 놓여있다. 작가는 이를 문서 프로그램인 엑셀의 '셀'에 비유했다. 관람객은 이 면들을 마치 행과 열로 이뤄진 '셀'로 인지할 수 있다. 마주한 색면을 교차하며 바라보는 행위는 시선의 변화로 생기는 가상의 움직임이다. 이러한 운동성은 가상과 실재가 혼재하는 환경에서 회화의 기능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회화를 통해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의 시선으로 새로운 이미지와 공간을 보게하는 현상은 박 작가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박아람 작가 전시장 전경 [사진=금호미술관] 2020.04.01 89hklee@newspim.com |
전시장 밖 바닥에 놓인 주먹 크기의 푸른색 공, 그리고 안쪽 전시실에 놓인 커다란 푸른색 공을 연결지어 보면 더 좋다. 이 작품은 '아이-핑거(eye-finger)'다. 휴대폰 화면을 손을 움직여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모습을 담아 붙여진 제목이다. 관람객은 전시장 안팎의 놓인 크기가 다른 푸른색 공을 보면서 손이 하나의 기관처럼 연동되는 동시대의 시각 경험을 하게 된다. 마치 바깥에서 안쪽의 가상의 공간으로 끌어당겨지는 느낌도 든다.
지하 전시장에는 어둠과 빛을 소개하는 사진전이 열린다. 노기훈 작가의 '달과 빛' 전시다. 작가는 근현대사가 낳은 도시와 사회의 공간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추적해나가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소개한다. 그야말로 빛과 도시의 밤이 만들어낸 진풍경이 펼쳐진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박아람 작가 전시 전경 2020.04.01 89hklee@newspim.com |
구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한국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끈 도시의 특수한 성격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근현대사의 태동과 100여년 정도 지속된 근대화의 과정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됐다.
서울에서 집회 시위와 현장을 장노출로 촬영한 '미장센'(2009~2013) 시리즈와 옛 경인선의 지하철 1호선 26개 역을 따라 걸어가며 발견한 풍경과 인물, 철로 주변의 정서를 담은 '1호선'(2013~2016) 시리즈 등을 진행하면서 작가는 철저한 관찰자로서 풍경과 개인의 거리를 유지하며 지금의 균열을 낳은 기원을 찾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요코하마 사쿠라기초역에서 도쿄 신바시역을 향해 걸어가며 야간의 풍경을 촬영한 '달과 빛'(2017~2018) 시리즈를 발표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노기훈 작가 전시 전경 [사진=금호미술관] 2020.04.01 89hklee@newspim.com |
노기훈 작가는 "1872년 개업한 사쿠라기초 역은 일본의 최초 철도역 중 하나다. 그날의 마지막 열차를 타고 중간의 어느 역에서 내려 도쿄를 향해 걸어가며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첫차를 타고 요코하마로 다시 돌아왔다. 사계절을 지냈고 총 네번의 촬영 과정을 통해 사계절의 밤 풍경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후미진 골목, 고즈넉한 주택의 모습, 흐드러지게 핀 봄꽃나무와 골목길 등 가공되지 않은 도시의 모습이 다채롭게 이어진다.
전시기간 중 금호미술관은 관람객 안전을 위해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준수하고 안전 조치를 시행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입기록을 작성한 관람객에 한해 전시실 입장이 허용되며 비누·손 소독제와 체온계 등 위생 물품을 구비하고 관내 위생 및 청결 유지를 철저히 할 예정이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