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예상보다 규모 커 긍정적
주가 변동성 줄어야 증권사 CP 발행도 축소
[서울=뉴스핌] 문형민 기자 =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규모를 시장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20조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최근 급격히 꼬인 단기자금시장 즉, 기업어음(CP) 시장 안정은 지켜봐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내외 주가 변동성이 잦아들지 않으면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부)이 발생하고, 증권사는 CP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야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2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채안펀드를 20조원 규모로 편성해 견실한 기업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겪는 일시적 자금난 위기를 해소할 것"이라며 "회사채는 물론 기업어음(CP)도 개입해 단기자금 수요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유동성 어려움에 처한 기업에 대해 17.8조원 규모의 자금을 별도로 공급한다"며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회사채신속인수제도 등으로 회사채 인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단기자금시장에도 유동성을 충분히 지원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페이스북 ] 2020.03.24 photo@newspim.com |
채안펀드는 앞서 1999년7월 투신권의 대우채 환매사태 당시( 채권시장안정기금)와 2008년12월 글로벌 금융위기로 회사채시장이 경색됐을 때 각각 10조5000억원, 10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산업은행과 시중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이 출자하고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지원했다.
이번 채안펀드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자금을 모아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시장에서는 10조원+알파 정도의 규모를 예상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많은 20조원 규모여서 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를 돌아서게 하려면 바이러스 확산이 멈추고, 변동성이 줄어야한다"고 말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정부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 급박하게 돌아가던 시장을 풀어줄 수 있게됐다"며 "특히 CP 매입도 포함돼 최근 어려워졌던 단기자금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채안펀드의 특징 중 하나는 CP 매입이다. CP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현재 잔액은 약 245조원에 달하며, 월간 만기도래하는 물량이 약 120조원이다.
증권사들이 최근 CP 발행량을 급격히 늘리자 CP 금리도 급등하고, 신용경색 우려가 커졌다. 증권사가 해외 주가연계증권(ELS)을 발행한 이후 헤지 하기 위해 매수한 파생상품에서 마진콜이 발생한 영향이다.
이태훈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CP시장의 만기도래액을 감안하면 CP 매입 규모가 적을 수도 있다"면서도 "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한광열 애널리스트는 "CP를 2조~3조원 정도 매수하면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주가 변동성이 더 커져 마진콜이 추가로 발생하고, CP를 더 발행해야한다면 재논의돼야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증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실시했다. 한은은 매입 대상을 비은행 금융사 5개(한국증권금융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영증권 NH투자증권)에서 통안증권 대상 증권사 및 국고채전문딜러(PD)로 선정된 증권사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RP 대상증권도 일부 공기업 특수채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한은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RP 대상증권을 △국채 △정부보증채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에 △은행채로 정한 바 있다. 또한 대출담보증권도 은행채 및 일부 공기업 특수채까지 넓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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