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전날 뉴욕증시가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한 이후 17일 세계증시가 변동장세 속에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 증시는 1.5~3% 급등 출발했으나 유럽증시 초반 항공과 여행 관련주들이 6.5% 급락하며 오름폭을 반납했다.
앞서 MSCI 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보합에 마감했으나, 한국 코스피지수는 2.4% 급락했고 필리핀 정부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금융시장 거래를 중지시켰다.
전날 10% 가까이 폭락했던 호주증시는 이날 5.9% 가량 급반등하며 2008년 10월 이후 최대 일일 오름폭을 기록했다.
미국 주가지수선물은 뉴욕증시의 상승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S&P500 주가지수선물은 오름폭을 일시 3.8%까지 확대한 후 현재 1.5% 수준으로 좁히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전날 엔 대비 2% 급락했던 미달러가 0.5% 반등하고 있다. 국제유가도 1~2% 급반등하고 있다.
미국 S&P500 주가지수선물 17일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
라보뱅크의 바스 반 게펜 애널리스트는 "전날 정신없는 폭락장세가 나타난 만큼 이날 폭풍우가 지나간 후 다소 안정을 찾은 듯 보인다"며 "다만 아직 절대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날 미국 S&P500 주가지수는 12% 폭락, 역대 세 번째 일일 낙폭을 기록하며 하루 새 시가총액 2조7000억달러가 증발했다. 지난 18일 간 이 지수의 시가총액은 8조3000억달러가 사라졌다. 같은 기간 세계증시 시가총액은 15조달러 넘게 증발했다.
IG증권의 선임 외환 전략가인 이시가와 준이치는 "이날 미국 주가지수선물의 움직임은 저가매수 세력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관심이 통화정책으로부터 재정정책과 코로나19 확산 동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현재 금융시장은 급반등 후 급락하는 패턴에 갇혀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포인트의 긴급 금리인하에 나선 후 각국 중앙은행들의 경기부양이 이어지며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글로벌 공조가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준의 긴급처방이 투자자 패닉만 더욱 부추겼다고 평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중앙은행들이 화력을 모두 소진했으며, 각국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더욱 가혹한 이동 제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이날 주요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전화회의를 할 예정인 가운데, 시장은 재정 정책뿐 아니라 공공보건과 관련해서도 진전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아시아태평양 주식 리서치 책임자인 짐 맥카퍼티는 "각국 정부의 최우선 사안이 경제성장으로부터 코로나19를 억제하는 것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가 연준의 조치에 버금갈 정도의 대규모 지출 계획을 내놓지 않는 한 시장 불안정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일각에서는 불확실성이 심각해 통상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던 자산들도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일부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고갈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현물 가격이 이날 3% 급락하면서 이러한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위험, 안전 자산을 가리지 않고 모든 자산을 내다팔고 있다.
금 뿐만 아니라 플래티넘과 은, 팔라듐 등 다른 귀금속도 4~6% 폭락하고 있으며, 산업금속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자유 낙하하고 있다.
오안다의 크레이그 엘럼 애널리스트는 "현재 현금과 국채가 금융시장의 '킹'"이라며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극도로 혐오하는데 현재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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