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화가 치밀었다" VS 부대 "자율배식으로 그렇게 보여"
코호트격리 중 자율배식 오히려 2차 감염 우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몸도 마음도 힘든 자가격리 중 식사로 밥과 계란국에 김치만 달랑 나왔다. 저녁에는 라면만 먹기도 했다. 격리기간 일곱 끼를 부실한 식단으로 때웠다. 한 특수전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발생한 일이다.
지난달 20일 충북 증평군 특수전사령부 예하부대에 비상불이 켜졌다. 소속 장교가 코로나19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장교는 대구에서 신천지 집회를 참여했던 여자 친구와 만난 뒤 발열 증상을 보였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11시 50분께 이 부대에 '코호트격리(Cohort)' 조치를 내렸다. 코호트격리는 전염병 전파 가능성이 있는 환자와 의료진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격리하는 방역조치로 '동일 집단 격리'로 불린다.
이 부대는 같은 달 23일 오후까지 질병관리본부가 밀접 접촉자 58명을 제외한 나머지 영외간부들은 퇴근해도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기 전까지 코호트격리를 유지했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충북 증평군 특수전사령부 예하부대가 소속 장교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코호트격리에 들어가자 장교 및 하사관에 제공한 식단. 2020.03.15 gyun507@newspim.com |
문제는 격리기간 중 부대원들에게 부실 식단을 공급하고 그 과정에서 감염병 전파가 우려되는 일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뉴스핌이 입수한 식단 사진을 보면 일반인은 물론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먹기에는 음식들이 부실했다.
21일 아침에는 쌀밥과 곰탕에 조미김,무말랭이가 나왔다. 점심에는 밥과 국에 멸치볶음.
22일 아침도 달라진 게 없었다. 계란국에 밥을 말아서 김치를 얹어 먹었다. 점심에는 골뱅이무침과 김, 국으로 끼니를 때웠다. 23일 아침은 밥과 곰탕에 어묵볶음, 삶은 달걀이 나왔다.
해당 부대는 코호트격리가 해제되기 전까지 밥과 국 그리고 3가지 반찬을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뉴스핌은 입수한 사진과 부대의 해명이 달라 코호트격리 기간인 3일간의 식단표 제공을 요청했지만 해당 부대는 이를 거부했다.
부대 담당참모(대령)는 "갑작스레 영내 대기가 발령돼 병사들 것을 나눠 먹을 수 없어 군수참모가 부랴부랴 군수계통에 협조를 구해 비상급식용으로 보관한 것을 전환해 (격리기간) 7식을 제공했다"며 "주말이라 정상적으로 (식자재를) 구입할 수 없어 비상급식이라도 제공해야 해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간부들은 식판을 통해 자율 배식을 했다"며 "(반찬이 부실한 건) 매끼 3찬을 준비했는데 자율배식이라 먹고 싶은 것만 가져다 먹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전=뉴스핌] 오영균 기자 = 충북 증평군 소재 특수전사령부 예하부대 정문 전경 2020.03.15 gyun507@newspim.com |
하지만 코호트격리가 목요일 밤에 이뤄졌고 다음날인 금요일은 평일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실제로 부대원들은 부실 급식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격리됐던 한 군인은 "모두가 부실한 식사를 배급 받고 화가 치밀었다"며 "훈련도 아닌 상황에서 격리돼 부실한 밥을 먹은 후배들이 고생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군인은 "격리돼 영내매점(PX) 가서 사먹지도 못하는데 부대가 밥이라도 든든하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코호트격리 중 2차 감염이 우려되는 일도 불거졌다.
코호트격리에 들어가면 자율배식이 아닌 마스크와 장갑 등 안전 장비를 착용한 배급원이 식사를 제공한다.
담당참모 말대로 자율배식이 이뤄졌다면 격리된 부대원 각자가 음식을 식판에 담으면서 침방울을 흘릴 수 있어 음식을 통한 2차 감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부대에서 확진판정을 받은 장교는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완치돼 지난 14일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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