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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규제에 신축 아파트 ′보류지′ 확대...흥행은 미지수

기사입력 : 2020년03월12일 15:47

최종수정 : 2020년03월12일 15:47

원베일리·개포주공1단지, 보류지 29가구로 확대
분양가 규제 피하지만...강남권 보류지 잇딴 '유찰'
"보류지 편법 활용 안 돼...추가 규제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노해철 기자 =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피해 재건축 조합들이 보류지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보류지 매각에서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류지가 시세 수준의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는 데다 대출 규제로 자금조달이 어려워 시장에서의 관심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원베일리) 재건축 조합은 일반분양 물량을 기존 346가구에서 225가구로 줄이고, 보류지를 법정 한도 내 최대 수준으로 늘려 29가구로 결정했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도 오는 30일 관리처분계획 변경을 위한 총회에서 보류지를 기존 25가구에서 29가구로 늘리는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재건축 조합들이 보류지 확대에 나선 것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보류지는 조합이 분양하지 않고 남겨 놓은 물량인데, 통상 입주 6개월 전부터 공개입찰 방식으로 처분된다. 일반분양 물량과 달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 등 규제를 받지 않고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현장에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반대하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사진=노해철 기자] 2019.08.20. sun90@newspim.com

문제는 조합의 기대와 달리 보류지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당초 보류지는 일반 매물보다 낮은 가격에 낙찰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조합은 시세와 비슷한 수준으로 입찰 최저가를 정하면서 장점이 사라지는 추세다.

정부의 대출규제까지 겹치면서 고가 보류지 매입을 위한 자금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보류지 낙찰자는 계약 시 낙찰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내고, 1개월 뒤 중도금(40%)과 잔금(50%)을 치러야 하는 등 금전적인 부담이 크다.

실제 강남권 주요 신축 단지에서는 보류지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남구 디에이치아너힐스(개포주공3단지)는 지난해 12월 진행한 보류지 5가구에 대한 공개입찰에서 단 1가구만 매각에 성공했다. 최근 4가구 중 2가구는 처분했지만, 나머지 2가구는 주인을 찾지 못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가락시영)도 지난달 보류지 2가구의 입찰최저가를 이전보다 3000만~3500만원 낮췄지만, 1가구만 매각됐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조합에서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보류지를 확대하고 있지만, 현재 수요는 자금규제를 덜 받는 지역, 청약시장에 집중돼 있다"며 "특히 강남권 보류지는 초고가인 반면, 자금조달은 어려운 상황이라 큰 관심을 받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단순 사업성을 위한 보류지 확대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조합이 보류지를 처분할 때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면 예상보다 더 싼 가격에 팔 수밖에 없다"이라며 "경제 위축, 유동성 위기 등 상황에서는 항상 남는 장사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합이 보류지를 규제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일종의 편법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류지라는 제도의 취지는 조합이 분양 물량의 누적·착오나 소송 등에 대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함 랩장은 "보류지가 수익을 위한 수단으로 관행처럼 활용하기 시작하면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규제를 가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보류지 30가구 이상은 청약 형식으로 공급하도록 한 기준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un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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