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대비 공사비 적어…기술부문 배점 높아 차별화 어려워"
정부 규제로 금융사 PF보증한도 줄어…"자금조달 녹록지 않아"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최근 국토교통부가 공고한 '서창∼김포 고속도로'와 '오산~용인 고속도로' 건설사업이 제3자 제안 입찰에서 예상과 달리 유찰됐다. 업계에서는 유찰 이유를 낮은 사업성과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조달 여건 악화라고 분석한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창∼김포·오산~용인 고속도로 사업은 사업제안서 평가 배점에서 기술부문(600점)이 가격부문(400점)보다 비중이 높아 신규 진입자가 들어오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사들의 PF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워진 것도 유찰의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서창∼김포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제2경인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만나는 인천 남동구 서창분기점(JCT)부터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장수나들목(IC)을 거쳐 신김포 톨게이트까지 지하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보상비를 제외한 총 사업비는 7574억원 규모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건설투자자(CI)로 대표주관을 맡고 신한은행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서창김포고속도로주식회사(가칭) 컨소시엄이 지난 2016년 국토부에 사업을 최초 제안했다.
오산~용인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경기 오산시 양산동에서 용인시 성복동을 연결하는 연장 17.3km의 왕복 4차로를 만드는 사업이다. 보상비를 제외한 총 사업비는 9013억원 규모다. 현대건설이 CI, KB국민은행이 FI를 맡은 경기중앙고속도로주식회사(가칭) 컨소시엄이 지난 2016년 국토부에 사업을 제안했다.
두 고속도로는 손익공유형 민자사업(BTO-a) 방식인 만큼 건설사들에 새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BTO-a는 정부가 전체 민간 투자금액의 70%에 대해 원리금 상환액을 보전해 주고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공유하는 방식이다.
초과 이익은 정부와 민간이 7대 3 비율로 나눈다. 반면 손실이 발생하면 민간이 30%까지 떠안고 30%가 넘으면 재정이 지원된다. 이로써 민간의 사업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시설 이용요금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토부는 최초제안자 외 제3자에 의한 제안을 받기 위해 지난달 6일부터 제3자 제안공고에 나섰다. 선정된 사업자는 해당 고속도로의 건설 및 운영·관리를 담당하게 된다.
주무관청은 사업제안자가 제출한 사업제안서를 평가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평가결과에 따라 순위를 정해 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평가득점(가점 포함)이 가장 높은 사업제안자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난 9일 1단계 평가(PQ) 서류접수를 마감한 결과, 최초 제안자인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현대건설 컨소시엄만 PQ 서류를 제출해 유찰됐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는 GS건설, 금광기업 등이 참여했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에는 현대엔지니어링, SK건설, 롯데건설 등이 참여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두 고속도로 사업이 유찰된 것은 공사비가 다소 박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주무관청이 산정한 서창~김포 고속도로의 추정 건설사업비는 7574억원(보상비 제외, 지난 2016년 12월 31일 기준)이다. 사업제안자는 추정 건설사업비를 초과해서 제안할 수 없다.
오산~용인 고속도로 사업도 최초 제안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성에 비해 공사비(보상비 제외한 총 사업비 9013억원)를 낮게 책정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두 고속도로의 사업제안서 평가 배점에서 기술부문(600점) 비중이 가격부문(400점)보다 높은 것도 다른 건설사들의 진입에 부담이 됐다는 설명이다.
서창~김포·오산~용인고속도로 사업제안서 평가 배점표 [자료=국토교통부] |
기술부문 배점은 ▲교통수요 추정(140점) ▲건설계획(300점) ▲운영계획(120점) ▲창의성 및 공익성(40점)을 합해 총 600점이다. 가장 비중이 높은 건설계획은 설계 및 시공계획의 적정성(185점)과 노선선정의 타당성(75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터널계획에 대한 배점이 높다.
가격부문은 ▲통행료율(200점) ▲재정지원율(150점) ▲투자위험 분담기준금(50점)으로 총 400점이다. 가장 비중이 높은 통행료율 부문은 도로공사 요금 대비 통행료 비율에 따라 절대평가를 한다. 예컨대 0.9배면 200점, 1.1배면 0점인 식이다.
기술력으로 크게 차별화하기 어려운 다른 건설사들은 가격을 낮춰서 총 점수를 높이려 한다. 하지만 애초에 최초제안자가 제시한 사업비가 낮다보니 다른 건설사들이 가격을 더 낮춰서 높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는 의견이다. 반면 사업의 최초제안자는 가산점을 받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술부문 배점이 가격부문 배점보다 비중이 크다"며 "기술력에서 크게 변별력을 갖기 어려운 건설사들이 가격 부문으로 결과를 뒤집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것도 유찰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금융회사들이 위험관리에 나서면서 PF 대출을 줄이고 있기 때문. PF란 미래 사업성을 담보로 사업시행자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권은 부동산PF 대출 잔액을 지난 2013년 말 21조5000억원에서 작년 6월 말 18조9000억원으로 12% 줄였다. 은행이 자금줄을 조이자 PF 자금의 '큰 손' 역할을 증권사가 맡게 됐다. 작년 6월 말 기준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채무보증은 28조1000억원이며 이 중 증권사(26조2000억원) 비중이 90%가 넘는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작년 12월 증권사·여신전문금융사의 부동산PF 채무보증 '옥죄기'에 나섰다. 금융위는 증권사의 부동산PF 채무보증 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100%까지로 설정했다. 이전까지 증권사는 별도 한도 규제가 없어 자기자본 대비 187%까지 채무보증을 취급했었다.
여신전문금융사도 기존에 제한이 없던 부동산PF 채무보증에 새로이 한도가 생겼다. '부동산PF 대출·채무보증 합계액'이 여신성 자산(대출, 할부, 리스, 신기술투자 등)의 30% 이내가 되도록 금융위가 제한을 둔 것.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평가1실 평가전문위원은 "정부의 PF 지급보증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건설사들의 PF 자금조달 환경이 이전보다 녹록지 않게 됐다"며 "금융사들로서는 매력적인 사업이 있어도 PF 한도를 고려해야 하다 보니 사업에 선뜻 참여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늦어도 이달 중 두 고속도로 사업의 제3자 제안 재공고를 내서 선정 절차를 다시 밟을 예정이다. PQ 서류 및 2단계 평가(기술 및 가격 평가) 서류 마감일도 각각 다시 산출한다. PQ 서류 마감일은 재공고 다음날을 기준으로 해서 30일째 되는 날, 기술 및 가격 평가 서류 마감일은 90일째 되는 날이다.
애초 국토부는 올 상반기 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재공고 진행에 따라 상반기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어려워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 번 유찰된 사업인 만큼 다음번에도 유찰될 확률이 높다"며 "재공고 결과를 보면 건설사들이 단순히 시간벌기 용으로 유찰시켰는지, 아니면 수주 확률이 낮아서 일부러 안 들어 온건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