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4·15총선을 앞두고 여권 인사들의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에 대한 망발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신천지교와 대구·경북지역으로 전가하려는 의도와 함께 미래통합당의 텃밭인 이 지역을 다른 지역과 구분함으로써 지지세력을 결집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린 듯 하다. 여론이 안좋으면 망발을 한 당사자는 사과하지만, 또 다른 이가 나서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비하·폄훼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범여권에서 이같은 선거전략의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된 게 아니냐는 추측마저 낳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도화선에 불을 당겼다. 그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 생방송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을 겨냥해 "보수당 소속이니까 책임을 중앙정부에 떠넘겨야 정치적으로 볼 때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 시민들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지 않겠나. 별로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지 않나 하는 의심까지 든다"며 방역실패의 책임을 대구시장에게 떠넘겼다. 공지영 작가가 뒤를 이었다. 공지영은 지난달 28일 대구 확진자 및 사망자 숫자가 강조된 '코로나19 지역별 현황'과 '6·1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 그래픽을 이어 붙인 사진과 함께 "투표 잘합시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마치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심한 것이 전 자유한국당 소속 광역단체장을 뽑아 나타난 현상이라는 뉘앙스였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도 가세했다.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소속 한 정책위원은 지난 1일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구는 미통당 지역이니 손절해도 된다"고 했다. 그는 "대구·경북에서 타지역까지 감염자가 이동하지 않아서 감염자가 안 늘어나면 상관 없는 문제"라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다른 지역은 안전하게 잘 보호해줘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해졌다"며 편가르기를 부추겼다. 민주당 부산시당 디지털 홍보소통단 부단장이라는 이모 씨는 지난 7일 '4.15 국회의원 투표 제대로 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신천지와 코로나 19의 위협은 전국에 있지만 대구·경북에서만 아주 두드러지게 심각한 이유는 한국당과 그것들을 광신하는 지역민들의 엄청난 무능도 큰 몫을 하는 것"이라며 지역민들을 욕보였다. 심지어 방송인 김어준은 지난 6일 오전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방송에서 "어제 부로 대구의 코로나 확진자 비율이 대구 시민 560명당 1명이 됐다"면서 "숫자가 명백히 말하고 있다. 우리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는 해괴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보다 못한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8일 "사태 해결에 힘을 모을 수 있도록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억측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의 발원지는 중국 우한이고,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은 다른 지역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피해자다. 아무리 총선이 임박했다고 해도 고통받는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이같은 망발이 더는 없어야 한다. 오죽하면 "광주·호남지역이라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는 말까지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