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PGA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지난해 챔피언 몰리나리 1라운드 직전 기권 따라 '행운'
대회장 가던 중 교통사고 났는데도 출전 강행해 이븐파로 마무리…매킬로이는 선두권 나서
[뉴스핌] 김경수 골프 전문기자 = 이경훈(29)이 얼떨결에 세계 톱랭커들과 라운드하는 행운을 잡았다. 더욱 대회 코스로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뒤여서 화제가 됐다.
이경훈은 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GC(파72·길이7454야드)에서 시작된 미국PGA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930만달러)에서 당초 출전자 명단에 오르지 못한 채 대기 순번 1번으로 출전을 기다렸다.
대기자 1번이었으므로 출전 예정자 120명 가운데 한 명이라도 기권하면 출전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경훈은 출전을 고대하고 대회장 인근에 머물렀다.
이경훈(오른쪽)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대기 선수' 1순위에 있다가 지난해 챔피언이 대회 직전 기권함에 따라 출전 행운을 얻었다. 그는 1,2라운드에서 로리 매킬로이(가운데), 저스틴 로즈(왼쪽)와 함께 플레이한다. [사진=미국PGA투어] |
대회 하루전인 4일 오전 그는 아내가 운전하는 대회 의전차량(SUV)을 타고 대회장 부설 드라이빙 레인지로 향했다. 한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는데 반대방향에서 직진하는 차량과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다. 이경운이 탄 차는 조금 손상됐으나 직진차량은 크게 부서졌다고 한다.
이경훈은 "당시엔 나와 아내 모두 통증이 있었다. 그러나 1라운드가 열리기 직전인 목요일 오전 6시30분 코스에 도착해 티오프 타임을 받은 후에는 통증을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보통 대회장에 나오나 이날은 집에 머물렀다고 덧붙였다.
이경훈에게 출전 기회를 준 선수는 지난해 챔피언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다. 몰리나리는 1라운드 직전 허리 통증을 이유로 기권했고 이경훈은 그날 아침 6시30분에야 출전 통보를 받았다.
몰리나리는 대회 1,2라운드에서 현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전 세계랭킹 1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동반플레이를 하도록 돼있었다. 그가 갑자기 빠진 바람에 주최측은 이경훈을 그 자리에 넣은 것이다.
이경훈의 세계랭킹은 228위다. 이경훈은 2부(예전 웹닷컴)투어를 거쳐 지난해 미국PGA투어에 데뷔했다. 그가 미국PGA투어에서 매킬로이, 로즈 등과 같은 톱랭커들과 함께 플레이한 적은 없다.
미국PGA투어 홈페이지에서는 주목할만한 그룹을 올려놓았는데, 이경훈은 매킬로이·로즈와 함께 버젓이 실려있었다. 매킬로이는 2018년 이 대회 우승자이기도 하다. 로즈의 현재 세계랭킹은 13위다.
첫날 오전 7시54분에 인코스에서 티오프한 이경훈은 이븐파(버디2 보기2) 72타로 마무리했다. 선두와 7타차의 공동 45위다. 교통사고를 당한데다 연습라운드조차 못한 상태로 임한 결과 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매킬로이는 6언더파 66타로 단독 2위이고, 로즈는 1오버파 73타로 경기를 마쳤다.
존 데일리는 지난 1991년 USPGA 챔피언십에서 아홉 번째 대기 선수로 있다가 닉 프라이스가 기권한 바람에 마지막으로 출전 행운을 잡았다. 그는 밤새 운전해 대회 코스에 도착했고 연습라운드도 못한 채 1라운드를 치렀지만 우승까지 했다. 그것도 투어 첫 승이었다. 데일리는 그 우승 이후 유명해졌다.
이경훈이 데일리처럼 행운을 좋은 성적으로 연결할지 주목된다.
이경훈은 미국PGA투어 47개 대회에 출전해 세 차례 '톱10'에 들었다. 그 가운데 지난해 4월 취리히 클래식에서 거둔 공동 3위가 최고성적이다. 이번 시즌 들어서는 15개 대회에 나가 한 번 10위 안에 들었다. 지난해 11월 RSM 클래식에서 거둔 공동 5위가 그것이다.
강성훈은 3언더파 69타의 공동 11위, 임성재는 2언더파 70타의 공동 19위, 안병훈은 1언더파 71타의 공동 31위이고 김시우는 이븐파 72타로 이경훈과 같은 45위에 자리잡았다.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