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발주 1300억 규모 입찰담합
시정명령 및 과징금 61억9000만원 부과
[세종=뉴스핌] 민경하 기자 =지난 8년간 1300억원 규모의 공공 발주 수도관 입찰에서 담합한 수도관 사업자 10개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수자원공사·지자체 상수도사업본부 등이 지난 2012년 7월부터 구매한 230건의 수도관 입찰(총 1300억원 규모)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사·투찰 가격을 담합한 수도관 사업자 10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1억90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적발된 10개 사업자는 ▲건일스틸 ▲케이앤지스틸 ▲웅진산업 ▲서울강관 ▲한국종합철관 ▲현대특수강 ▲구웅산업 ▲웰텍 ▲태성스틸 ▲주성이엔지 등이다.
공정거래위원회 2020.1.14 onjunge02@newspim.com |
이들은 담합 실행을 위해 낙찰예정사와 들러리(비낙찰사)를 결정할 뿐 아니라 이를 공고화하기 위해 낙찰물량 배분까지 사전에 합의했다. 이들중 수요기관의 발주시기·구매물량 등의 정보를 가장 먼저 인지하는 업체는 낙찰예정사가 됐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추첨으로 낙찰 예정사를 정했다.
담합 업체들은 낙찰예정사와 들러리사 간의 물량배분 기준에 관해 합의했다. 가령 5개사가 입찰할 경우에는 낙찰사 52%, 나머지 4개사가 각 12%를 나눠가지고, 3개사가 입찰할 경우 낙찰사가 60%, 들러리 2개사가 20%씩 나눠 가지는 방식이다. 낙찰예정사가 없을 경우에는 낙찰사와 들러리사 간에 균등 배분(1/N)하기로 했다.
이 사건 가담자들은 이러한 합의 내용을 '협력사 간 협의서'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2년 7월 최초 작성했고 이후 8차례 개정을 통해 수정·보완시켜 나간 것으로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실제 입찰에서는 낙찰 예정사가 들러리사의 투찰 가격을 전화·팩스 등을 통해 확인하는 방식으로 담합이 실행됐다. 그 결과 총 230건의 입찰에서 담합 가담 업체가 모두 낙찰 받았으며 물량은 정해진 배분기준에 따라 배분했다.
업체별 과징금 [사진=공정거래위원회] = 2020.03.03 204mkh@newspim.com |
수도관 공공 구매는 지난 2009년부터 '다수공급자계약'이라는 새로운 구매 방식이 도입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 제도는 공공기관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2인 이상을 계약 상대자로 하는 방식이다.
사업자들은 조달청과 협상·조정을 통해 사업자별 단가가 결정되는 소위 '1단계 경쟁'으로 인해 물품 등록 단가가 낮아졌고 '2단계 경쟁'인 입찰 과정에서 이 단가의 90% 수준에 근접하게 투찰해야 낙찰 받을 수 있어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사업자들의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공공 구매 입찰에서 장기간 유지된 담합 행위를 적발해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다중공급자계약 방식이 사실상 지명경쟁 입찰이고 투찰범위도 제한돼 있는 특성을 고려해 보다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조달청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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