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지역 감염자가 속속 나타나면서 불안감과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19일은 코로나19가 유입단계에서 전염단계로 접어드는 전환점으로 보인다. 해외여행력이나 확진자 접촉력이 없어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네번째 지역감염자가 서울 성동구에서 나왔고, 어린이 환자도 발생했다. 특히 대구·경북에서는 20명이 확진자로 판명되는 등 하루새 확진자가 22명이나 늘었다. 대구ㆍ경북의 신규 확진자 중 17명이 31번째 환자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지역감염 뿐 아니라 슈퍼 전파의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방역 당국의 1차 대응을 실패로 규정한 것도 이같은 사태를 예상한 때문일 것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이날 "이 기간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1차적 방역이 실패했다"며 감염병 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등급인 '심각'으로 높일 것을 촉구했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은 역학적 연관성을 더 조사해 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노홍인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은 "대구 지역에 집단 감염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리가 충분히 가능하고 대응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대구 신천지교회에서 확인된 31번 확진자에 의한 '슈퍼 전파'가 어디까지 번질지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31번 환자가 참석했다는 대구교회에서 14명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그날 1000명 정도가 예배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져 추가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20일 오전에도 경북에서 추가 확진자가 5명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우기 이날 예배에 참석한 신자 중에는 과천을 비롯한 타 지역 신자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 전국적으로 전파될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치사율은 낮지만 전파력은 강하다는 게 지금까지의 의료계 판단이다. 많은 사람이 찾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주의와 철저한 관리가 더 필요해진 상황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공포와 불안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되지만, 안이한 대처는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국면이다. 질병관리본부도 "어디서 병을 얻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고 인정하지 않았는가. 정부와 정치권은 면피를 위해 상황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의료계와 학계 등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할수 있는 건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사협회가 촉구한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높여 총력 대응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중국인들에 대한 광범위한 입국금지 조치와 개학기를 맞아 입국한 중국인 유학생들의 격리도 필요하다. 혐오라며 나 몰라라 할 때가 아니다.
아울러 대구.경북지역 및 부산의 주요 거점병원들이 잇따라 폐쇄되면서 코로나19와는 상관없는 다른 중증환자나 응급환자를 위한 응급의료 기능의 마비사태도 우려된다. 정부는 의료기관 간 역할 분담과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병원을 구분하는 등의 비상체제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도 과도한 불안감에 휩싸여 일상을 포기하기 보다는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철저한 위생관리로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 이를 숨기기 보다 신속히 보건당국에 신고해 필요한 조치를 받아야 더 큰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정부는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최우선이다. 더 큰 불행을 겪은 후 "이게 나라냐"는 국민들의 원성을 듣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