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MBC 'PD수첩'이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부터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의혹, 검찰 비리에 관한 보도까지 시의적절한 내용으로 주목받았지만 연이은 인터뷰 조작으로 신뢰성에 금이 갔다.
◆ 모두가 주목하는 이슈 선정…시청률·화제성 상승효과
지난 2018년 MBC가 환골탈태를 선언한 이후 'PD수첩'도 달라졌다. 타방송사의 탐사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비해 뒤처졌던 시청률과 화제성을 확보했다. 바로 현재 회자되는 이슈, 모두가 관심을 갖는 '뜨거운 감자'에 주목한 결과다.
특히 지난해 10월 초 방송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자녀 표창장 의혹 편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PD수첩'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방송에서는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주장과 상반된 입장을 취재했으며, 최 총장이 자유한국당 의원과 만났다는 측근의 녹취록도 공개됐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비판하는 현직 검사의 인터뷰도 실었다. 이 방송은 전국 시청률 5.6%, 수도권 시청률은 6%가 넘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MBC PD수첩] 2020.02.18 jyyang@newspim.com |
여기에 Mnet 오디션 프로그램의 조작 논란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방영하며 화제성을 이어갔다. 'PD수첩'은 제작진의 연습생들을 향한 '갑질' 논란, Mnet과 기획사들의 유착 의혹 등을 신랄하게 짚었다. 특히 '아이돌학교'에 출연한 이해인은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증언하는가 하면, 한 연습생은 "하혈을 하기도 했다"면서 연습생들의 열악한 처지를 폭로했다. 이 편의 시청률은 전국 5.1%를 기록했으며, 관련자들은 일부 구속돼 현재 재판 중이다.
검사범죄와 관련한 2부짜리 기획도 반응이 좋았다. 특히 두 번째 검사와 금융재벌 편에서는 유준원 상상인 그룹 회장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을 심층 취재했다. 2014년 스포츠서울 조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가장 많은 이득을 본 당사자를 처벌하지 않았다는 것. 제작진은 그의 뒤에 있던 검사 출신 변호사 A를 지목하며 검찰에 뿌리깊은 전관예우를 지적했다. 앞서 방송한 'PD수첩' 검사범죄 1부는 5.3%, 2부는 4.9%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2049 시청률 역시 3%대에 육박하며 관심이 쏟아졌다.
◆ 온탕과 냉탕 오가는 'PD수첩'…대원칙 '신뢰성' 잃었나
'PD수첩'이 MBC 간판 시사교양 프로그램 자리를 찾아갔지만, 제작진은 그야말로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으나 위기도 여러 번 찾아왔다. 지난 12월 초 방영한 검찰기자단 편은 '검언 카르텔'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법조 출입기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이 방송 이후 대법원 기자단 일부는 성명서를 내고 유감을 표했다. 이후 PD연합회의 성명이 이어지며 갈등을 빚었다.
문제는 지난 11일 방송한 '2020 집값에 대하여' 편에서 터졌다. 방송 직후 어느 때보다 2049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인터뷰 조작 논란이 불거지며 프로그램이 위기를 맞았다. 앞서 2018년 '뉴스데스트' 인터뷰 대상자 사전섭외 논란 이후 두 번째로 불거진 MBC의 인터뷰 조작 논란이라 비판이 거세다. 방송에서 인터뷰 대상자 A씨가 무주택자로 보이게끔 편집됐고, 실제로는 A씨가 매매가 9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매입한 당사자임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MBC PD수첩] 2020.02.18 jyyang@newspim.com |
이후 'PD수첩' 측은 "A씨가 인터뷰 하루 전, 소형 아파트 매수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지불했다는 점을 인지했다"면서도 인터뷰 당사자를 배려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다. 어렵게 인터뷰를 해주신 A씨에게도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와 관련해 MBC는 시사교양본부장을 비롯해 'PD수첩' CP와 해당 방송편을 제작한 김재영PD 등 3명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MBC의 잇따른 인터뷰 조작 논란을 두고 관계자들 사이에선 "의욕이 앞선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타 지상파 방송국 관계자들은 "MBC가 올해 침체기를 벗어날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놨다. 다소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타 방송사들에 비해 2018년부터 환골탈태를 위해 애써온 결과를 마주할 때라는 것. 'PD수첩'이 더욱 뼈아픈 신뢰성 논란을 피해가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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