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문가 절정 예상, 정확한 기초도 없이 내놨나"
"中통계 과소·과대 평가 가능…한 치 앞도 안 보여"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중국 후베이성이 코로나19(COVID-19) 통계기준을 돌연 바꾸면서, 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3월로 예측됐던 절정 시기 판단이 과연 맞는 것인지, 바이러스의 기세가 꺾이기는 하는 것인지 등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스핌=김아랑 미술기자] |
전문가들은 의사가 진단 키트가 아닌 증상만 보고 코로나19 환자로 분류하는 '임상진단' 병례를 집계에 포함한다는 것은 당국이 정확한 검사와 집계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며, 병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확산돼 검사를 진행하는 속도를 추월한 게 아니냐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14일 중국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는 전날부터 14일 자정까지 (0시~24시) 신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4823명이라고 밝혔다. 이중 임상진단 환자는 3095명이다. 신규 사망자는 116명이며 이중에는 임상진단 환자 8명이 포함됐다.
중국 후베이성 보건 당국이 통계기준을 넓힌 것은 전날부터다. 그러자 하루 사이에 신규 확진환자는 1만4840명으로 이전날의 약 9배 폭증했다. 후베이성 당국은 코로나19 증상을 가진 환자들을 적시에 격리치료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통계기준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최근 며칠 중국의 일일 추가 확진자수가 감소세에 접어들어 코로나19가 진정되는 듯 보였으나 알고보니 미처 집계를 다 하지 못한 것이었음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전염병의 권위자인 중난산 공정원 원사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3월이 코로나19 절정이며 이후 진정세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정확한 집계조차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 시기를 알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 후베이성은 왜 통계 범위를 넓혔나
중국 후베이성이 통계 범위를 넓힌 배경에 여러 시각이 있다. 우선 진단 키트에 결함이 있어서라는 주장이 나온다. 중국은 바이러스의 핵산(RNA)을 검사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진단키트를 쓰고 있는데 바이러스가 폐 속 깊히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있어서 폐 상단에서 나온 표본으로는 '음성' 판정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조너선 유 우한시 대학병원 의사는 블룸버그통신에 "환자가 1차, 2차 테스트에서 음성이 나오다가 3차에서는 양성 판정을 받는 경우가 있다"며 "마치 호수에서 낚시를 하는 것과 같다. 한 번, 두 번 물고기를 못 잡았다고 해서 물고기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검사를 진행할 진단 키트와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우한시 주민들은 검사만 받기 위해 병원 밖에서 수시간 줄을 서야 하고 진단 키트가 잘못돼 음성 판정을 받고 댁으로 돌아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이징 차오양병원의 호흡기질환 의사 통자오후이 박사는 모든 폐렴 사례의 20~30% 정도만 진단 키트로 병균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즉, 후베이성이 통계 범위를 넓히기 전 통계 자료는 키트로 확인된 확진자수였으며 키트로 확인이 안 된 약 70%의 잠정 확진자들은 그동안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비드-19)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의료시설이 부족해져 우한국제컨퍼런스전시센터를 임시병원으로 전용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2020.02.06 China Daily via REUTERS [사진=로이터 뉴스핌] |
통계 범위를 넓힌 게 후베이성 뿐인 것도 문제다. 중국 내 다른 성들은 진단 키트로 확인된 환자만 통계에 포함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의 통계 발표 수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실제 확진자수는 후베이성처럼 수 배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각에서는 키트와 의료진이 충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질병이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을 것이란 추측에서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정광 전 수석 전염병전문가는 "내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최근 추가 확진자수 감소 추세다. 통계 집계가 질병 확산 속도에 뒤처지고 있는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코로나19가 절정에 도달한다 해도 1억6000만명이 춘절 연휴가 끝나고 민족 대이동을 한다면 확산이 다시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베이성이 임상진단을 하는 방법은 폐 CT 촬영이다. 좋은 것은 평균 2시간 걸리는 진단 키트 판정과 달리 하루 100~300명을 촬영할 수 있어 검사 속도 면에서 임상진단이 우월하다. 이에 질병 확산 속도가 손쓸수 없을 정도로 빨라져 일단 증상을 보이는 모든 사람들을 격리시키려는 노력이 아니겠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통계치, 실제 질병 현황 보다 부풀려진 걸수도
호주 국립대학교의 전염병 전문가 산자야 세나나야케 박사는 CT 촬영으로 폐렴 환자를 선별할 순 있겠지만 일반 감기와 독감, 다른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 폐렴인 경우가 많을 것이라면서 임상진단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단순 감기로 인해 폐렴 증상을 보인 사람들이 코로나19 환자로 분류되면 통계치가 섞이게 된다. 점차 코로나19 바이러스 보균자가 아닌 사람이 임상진단 환자로 분류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고, 당국은 실제 현황 보다 부풀려진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또, 임상진단 환자들은 확진 환자들과 함께 격리시설에서 침상을 공유하게 돼 당국이 나서서 확진자수를 늘리는 매우 역설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홍콩대의 코로나바이러스 전문가 존 니콜스 박사는 중국 후베이성이 두 개의 통계치를 내는 것은 "감염 발생을 파악하기 위해 더 넓은 어망을 친 것과 같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자료 회고분석을 어렵게 해 바이러스 확산 추이 예측을 어렵게 한다"고 꼬집었다.
UC데이비스대학의 크리스틴 크루더 존슨 전염학 교수 등 미국 전문가들도 "미지의 영역에 있다"며,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