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부터 AA- 등급·전망 유지
"한국 정부, 단기 재정확대 여력 보유"
"신종 코로나, 새로운 성장 하방요인"
[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현재 수준(AA-,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12일 밝혔다.
피치는 이날 한국 신용등급과 관련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과 고령화·저성장에 따른 중기 도전과제 하에서 양호한 대외·재정건전성, 지속적인 거시경제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기존의 등급을 유지했다. 한국이 'AA-' 등급을 유지한 건 2012년 9월부터다.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 변동내역 [자료=기획재정부] |
우선 피치는 이 같은 평가의 이유로 한국 정부가 단기 재정확대를 할 수 있는 재정여력을 보유한 점을 꼽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작년(38%)과 비교해 올해 40.7%로 증가했으나, 이는 AA 등급의 중간값인 39.5%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피치는 특히 2020년 예산 등 확장적 재정으로 2020~202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가 1.5% 적자가 예상되고, 중기적으로는 보다 확장적인 재정 기조로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보다 소폭 높은 재정 적자가 2023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피치는 정부 지출이 전체 성장을 견인해 작년 8월 전망에 이어 이번에도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2.3%로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단기 지표를 보면 제조업 및 수출이 회복되고 있고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을 추진함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는 정부 지출이 주요 성장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은 관광업·소매판매 영향, 공급망 교란을 통해 성장의 새로운 하방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또 수출의 경우, 미·중 1단계 무역합의로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됐으나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로 전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통화·금융 측면에서는 올해도 평균 0.5%의 저물가 상태가 지속돼 한은이 연내 금리를 25bp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치는 GDP 대비 96.6%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경제의 외부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최근 증가속도가 둔화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북한과 관련된 지정학적 위험은 여전히 국가 신용등급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피치는 최근 북한 관련 외교 노력이 정체되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남북 간 문화교류 확대 노력도 부진하며 유엔(UN) 제재가 경제통합 진전의 장애물이라고 평가했다.
피치는 또 오는 4월에 치러질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할 경우 현재 정책 방향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이 승리할 경우 남은 임기동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전략 및 대북 협상 노력에 어려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앞으로도 한국 경제 현황과 주요 현안 관련 신평사와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면서 대외신인도 관리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onjunge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