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출발 일정 유동적…軍, 참가 취소 포함 여러 선택지 고려 중
공동주관국 美‧태국, 훈련 연기 논의 중…軍, 논의 결과 주목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일명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군이 이달 말 태국에서 열리는 코브라골드 훈련 참가 취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1년부터 시작된 코브라골드(Cobra Gold) 훈련은 다국적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 인도적 민사 활동을 펼치는 연합훈련으로, 매년 2월경 실시되며 3월 초까지 진행된다. 우리 군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훈련 참관국으로 동참하다 2010년 처음으로 정식 참가했다.
2019년 2월 태국에서 코브라골드 훈련이 진행되는 모습. 다국적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 인도적 민사 활동을 펼치는 연합훈련으로, 태국과 미국이 공동 주관한다. 매년 실시되며 사실상 미국 해병대의 주도 하에 훈련이 이뤄진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훈련은 태국과 미국이 공동 주관하지만 사실상 미국 해병대의 주도 하에 훈련이 이뤄진다.
올해 훈련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한국, 일본, 그리고 인도가 참가한다. 원래 중국에서도 인민해방군 3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었는데,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원지라는 점을 감안해 참가하지 않는 쪽으로 거의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도 참가 취소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당초 군은 다국적 연합훈련이라는 점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가급적 참가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었다. 이에 따라 해군과 해병대 장병들 약 400여명은 해군 상륙함인 노적봉함을 타고 오는 15일경 훈련이 열리는 태국 핫야오 해안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상황에서 다국적 훈련에 참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군이 취소를 포함한 여러 가지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출발 일정도 유동적인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2월 태국에서 코브라골드 훈련이 진행되는 모습. 다국적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 인도적 민사 활동을 펼치는 연합훈련으로, 태국과 미국이 공동 주관한다. 매년 실시되며 사실상 미국 해병대의 주도 하에 훈련이 이뤄진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 확진자‧유증상자 발생 시 함정 내 확산은 '시간문제'
신종 코로나 확진자 상위국가 태국 등 다국적군 참가도 우려돼
군이 취소를 고려하는 이유 첫 번째는 장병들이 한 달 내외의 기간 동안 함정에서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했던 크루즈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배는 전염병 확산에 가장 취약한 장소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확진자나 유증상자라도 발생하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우선 군에서 운용하는 상륙함은 병원선과는 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확진자 격리 및 치료에 필요한 음압격리병실은 당연히 없다. 또 음압격리병실은 차치하고라도 배는 공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수백 명의 장병들을 격리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한 명이라도 확진자나 유증상자인 것으로 확인되면 함정 내 확산은 시간문제다.
뿐만 아니라 확진자나 유증상자가 발생한다면 함정 전체가 격리 대상이 돼야 하기 때문에 장병들이 훈련도 하지 못한 채 최대 2주 이상을 배에 격리된 채 지내야 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이유는 훈련에 다국적군이 참가한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군이 참가를 취소했다는 설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다른 훈련 참가국인 태국, 말레이시아에서도 확진자가 여럿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개최지인 태국은 신종 코로나 환자 수 상위 5개국에 속한다.
이와 관련해 군의 한 관계자는 "장병들이 태국에 가서 상륙훈련이나 기동훈련을 하면 중국군을 비롯한 다국적군과 섞이게 될 것이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 이유는 날씨다. 태국 현지는 현재 30도 안팎의 더운 날씨다. 더운 날씨 탓에 장병들이 마스크를 쓰고 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된다.
군은 10~11일 경 훈련 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훈련 참가 시 여러 우려되는 상황과 국제 안보 협력 차원의 다국적 훈련이라는 점을 모두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군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훈련 자체가 연기되는 것이다. 훈련을 공동 주관하는 미국과 태국이 훈련 연기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군에서도 이 논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