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3년째 마이너스 성장, LG생활건강 15년 연속 성장
탈 중국, 새 먹거리 찾기 '분주'..."신규 시장 개척에 사활"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변화를 즐기며 혁신해 나가자."-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아시아를 뛰어넘는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자."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라이벌인 두 회사의 수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서로 다른 색깔의 방향을 제시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변화'를 주문했고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도약'을 당부했다.
이 같은 톤의 차이는 지난해 실적과 맞닿아있다. 양사는 지난해 각각 다른 의미에서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냈다. 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새 역사를 써냈지만 최강자로 불리던 아모레퍼시픽그룹은 3년 연속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사드 여파로 2017년 LG생활건강에 전체 매출 기준 1위를 내줬다. LG생활건강은 아모레퍼시픽과 달리 화장품외에도 생활용품과 음료 등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2019년 기준 LG생활건강 전체 매출에서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1.8%에 불과하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좌),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우).[사진=각 사] 2020.02.05 hj0308@newspim.com |
◆아모레 3년째 '내리막'...LG생활건강 '15년 성장세'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498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9.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6조2843억원으로 3.4% 늘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이 5조58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278억원으로 전년 보다 11% 감소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성장 동력으로 꼽혀온 해외사업은 매출이 2조78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4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브랜드숍 계열사 역시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중국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니스프리의 경우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5519억원, 6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에뛰드의 매출은 1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고 185억원의 손실을 봤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온라인, 멀티브랜드숍 등 국내 성장 채널으로 매출은 증가했으나 해외 투자 확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5년 연속 성장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매출 7조 6854억원, 영업이익 1조176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9%, 13.2% 성장했다.
전 사업부문이 고르게 성장했지만 화장품 사업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해 화장품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4조7458억원, 897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1.5%, 14.7% 증가했다.
특히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 '후'를 앞세운 고급화 전략으로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후는 2018년 국내 화장품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한 이래 지난해는 2조583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숨과 오휘의 고가 라인인 숨마와 더퍼스트도 고성장을 이어가고, 더마화장품인 CNP도 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국내외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매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10% 이상 흔들림 없이 성장하는 탁월한 성과를 달성했다"면서 "럭셔리 브랜드 경쟁력이 더욱 견고해지고 중국, 일본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의 사업이 호조세를 보이며 고른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실적 추이. 2020.02.05 hj0308@newspim.com |
◆新먹거리 승부처 해외시장 공략...중국 의존도 낮춰라 '특명'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 모두 신성장 동력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그 동안 중국 내 K뷰티 인기로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중국 리스크에 따른 실적 영향도 커서다.
더욱이 최근 발발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이를 타개할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실적 개선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의 채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현재 37% 수준인 해외사업 비중을 2023년까지 50% 정도로 신장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아시아 시장에서는 입점 채널을 다양하게 운영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북미 시장에서는 기존 주요 브랜드 매출 확대를 위한 신규 채널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
또 유럽에서는 멀티브랜드숍을 적극 활용하고 다양한 글로벌 사업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이어가 실적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기존 진출 브랜드 매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니스프리는 캐나다 시장도 진출했다. 에뛰드는 베트남·인도·러시아 등 신규 시장에 법인을 설립 확대를 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아시아시장에서의 입점 채널을 다양하게 운영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북미시장 또한 기존 주요 브랜드의 매출 확대를 위해 신규 채널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유럽시장에서는 멀티브랜드숍을 적극 활용해, 스킨케어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 중이며, 다양한 글로벌 사업파트너들과 적극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북미 시장에서 주력으로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차 부회장은 지난달 신년사를 통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을 위해 북미 시장 공략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미국 법인 엘지 하우스홀드 앤드 헬스케어 아메리카 주식 2만7080주를 약 2025억원에 추가 취득했다. 주식을 취득한 뒤 지분율은 100%가 되며 미국 법인은 뉴에이본을 자회사로 두는 구조로 전환된다. 기존에는 엘지 하우스 홀드 앤드 헬스케어 아메리카와 에이본이 각각 독립법인 형태였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국내와 아시아에서의 탄탄한 사업 기반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면서 "특히 에이본 인수를 통해 북미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