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채동욱 혼외자 사찰' 사건 항소심 변론 재개
"쟁점 같은 사건 대법 심리 중…'블랙리스트' 판례도 살펴야"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사찰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의 항소심이 선고를 앞두고 재개됐다.
서울고등법원 형사합의12부(윤종구 부장판사)는 4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남 전 원장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던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등 6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미루고 변론을 재개했다.
재판부는 "현재까지의 증거와 법리를 토대로 판결 선고를 할 수 있지만 몇 가지 추가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어 변론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판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해당 지시가 '의무없는 일'인지 여부와는 별도로, 이러한 지시를 받은 상대방이 공무원인지 일반인인지에 따라 사안별로 달리 판단해야 한다"며 직권남용죄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직접적으로 쟁점이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법이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에서 공무원과 공무원 사이나 기관과 기관 사이에서의 권한과 의무 등 관계를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해 자세히 설시하고 있다"며 "이 사건을 판단할 때도 국정원의 의무인지, 아니면 상대방 공무원의 개인정보가 침해됐을 때의 보호법의 침해인지, 아니면 국정원의 권한에 속하는지 등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최근의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상납한 의혹을 받는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아울러 당시 혼외자 정보를 서초구청 직원들에게 가족관계등록부 등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국정원 정보관(IO) 송모 씨 등 사건이 현재 대법원에서 진행 중이라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송 씨는 이 사건의 피고인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대법원에서 현재 국정원 직원의 직무범위 내 행위 여부, 부정한 목적의 개인정보 제공 여부 등이 다퉈지고 있다"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대법원 사건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어, 대법 선고까지 기다리는 게 어렵다고 해도 대법에 제출된 상고이유서와 상고이유 보충서 등을 참고자료로 제출받을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국정원이 댓글조작을 벌였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를 방해할 목적으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사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남 전 원장의 경우 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남 전 원장은 검찰의 댓글 수사 대응을 위해 '현안 TF'를 만들어 수사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3월 대법에서 징역 3년6월형을 확정 받았다. 서 전 2차장은 징역 2년6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과 이제영 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각각 징역 1년과 1년6월의 형이 확정됐다.
다음 재판은 오는 3월 3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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