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정보 불법 조회 관여 혐의
남재준 전 국정원장 무죄·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집행유예 2년
法 "댓글 수사 방해 목적 아니다…공모 관계도 없어"
[서울=뉴스핌] 이학준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정보를 불법 조회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혐의를 받은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4일 오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 전 원장과 서 전 차장을 비롯한 국정원 직원 등 6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었다.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상납한 의혹을 받는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재판부는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 수집이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에서 검찰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이었다면 채 전 총장 주변 지인들에 대한 광범위한 첩보를 수집했을 것인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를 알 수 없다"며 "혼외자 정보 수집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검찰에 모종의 조치를 취하려는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혼외자 첩보가 어느 정도 진실인지 확인됐음에도 해당 정보가 외부 기관에 전달되지는 않았다"며 "이는 국정원장의 승인 아래 이뤄진 첩보결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남 전 원장이 불법적인 혼외자 정보 수집에 공모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남 전 원장은 애초부터 혼외자 첩보 자체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남 전 원장이 혼외자 첩보 검증에 대해 명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보기 어렵고, 묵시적으로도 승인했다는 것은 분명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서 전 차장을 비롯한 국정원 간부 등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첩보 검증을 명목으로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개인정보를 제공 받은 것으로 범행 경위 등을 비추어 죄질이 무겁다"며 서 전 차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말하는 부정한 목적에 해당된다"며 "개인정보 노출로 초등학생에 불과한 아동이 정신적 피해를 입을 것임은 명히 짐작됐음에도 권한을 이용해 범행에 이르러 엄정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채 전 총장의 혼외자인 채모군의 학교 생활기록부, 가족관계등록부 등의 정보를 제공받아 상부에 보고한 혐의를 받는 송모 전 국정원 정보관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3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댓글 수사'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정보 보고서 등을 만들어 남 전 원장과 서 전 차장에게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남 전 원장 등이 송 전 정보관에게 채 전 총장 혼외자 첩보가 사실인지 검증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송 전 정보관은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의 학교 생활기록부, 가족관계등록부 등을 확인한 뒤 이를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편 이들에게 가족관계등록부를 넘겨준 혐의로 기소된 임모 전 서초구청 복지정책과장은 지난해 7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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