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산 부품 공급 중단으로 현대·기아·쌍용차가 공장가동을 중단하거나 중단할 계획이어서 생산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중국에 공장이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이미 공장가동을 중단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소비활동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국내 확진자 중 2, 3차 감염자가 나타나자 공연장·대형 마트·복합쇼핑몰 등 다중 시설 이용자가 크게 줄었다. 외국 관광객은 물론 국민들까지 여행을 자제하면서 음식·숙박업과 관광·운수업계도 울상이다. 휴업하는 어린이집들과 개학을 연기하는 각급 학교가 늘어나면서 동네 상권마저 얼어붙고 있다.
금융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춘제 연휴 이후 처음으로 열린 어제 중국 증시는 하루 만에 7.72%가 폭락했다. 다행히 한국 증시는 안정세를 찾았으나 불씨는 여전하다. 환율 상승은 예사롭지 않다. 올들어 첫 외환시장이 열린 지난달 2일 달러 당 원화 환율은 1159원이었으나 어제는 1194원으로 마감했다. 한달새 3%가 올라 넉달 만의 최고치다. 한국경제에 퍼펙트 스톰의 어두운 그림자가 점점 짙게 드리워지는 양상이다.
한국경제의 체질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 문제다. 지난해 제조업 가동률은 72.9%로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8년(67.6%) 이후 21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생산능력도 전년 대비 1.2% 줄어든 101.9로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하락했다. 팔리지 않으니, 공장가동을 줄이고, 고용 축소와 소비 위축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수출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올들어 1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6.1%나 감소하며 14개월째 감소세다. 1월에는 설 연휴가 낀 계절적 요인이 있지만 2월부터는 우한 폐렴의 영향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낙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우한은 글로벌 제조업 중심지어서 국내 제조기업들의 부품의존도가 높은 지역이어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내 산업에 미치는 피해도 확산될 수 밖에 없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한국의 1분기 성장률이 이번 사태로 당초 전망치보다 0.4%p, 현대경제연구원은 최대 0.7%p 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급기야 정부는 어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부문별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정부의 대응방향은 방한 관광객 감소, 외부활동 자제에 따른 내수 위축, 감염증 발병국 내수 및 생산 위축으로 인한 수출감소 등 크게 3가지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이번 사태가 얼마나 길어질지 시나리오별로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우한 폐렴의 파장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어 정부의 대책도 이전 대책의 재탕 삼탕이어서는 안된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우한 폐렴이 지난 2003년 사스 사태보다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5%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성장률 둔화로 한국의 성장률도 0.2~0.3%p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부 재정지출로 근근히 2% 성장률을 떠받쳤으나, 올해는 이 마저도 쉽지 않다. 지난해 성장률의 민간기여도가 0.5%p에 불과했다는 점을 인식해 획기적인 민간부문 활력 회복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규제혁파가 중심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중증 수술을 위해 모르핀도 처방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