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핸드볼 전설, 30일 민주당 입당
구기종목 사상 첫 여성지도자로 '유리천장' 뚫어
"고단한 국민 손 잡는 따뜻한 정치인 될 것"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한국 여자 핸드볼의 전설로 불리는 임오경(48) 전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이 30일 더불어민주당 15번째 인재영입 주인공으로 입당했다. 임 전 감독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통해 소개된 감동 실화 주역이다.
임 전 감독은 이날 오전 입당식에서 "코트에서 쓰러진 동료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줬듯, 이제 고단한 국민들 손을 잡아드리고 싶다"며 "최초의 길에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냈듯 정치에서도 국민을 위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임오경 전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
임 전 감독은 "핸드볼은 단체구기종목이다. 동료를 배려하고 함께 뛰는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함께한 노력으로 팀이 승리를 따내고 함께한 땀방울로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많은 국민을 기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런데 요즘 제 딸 또래 청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모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데 왜 그리 현실은 녹록지 않은 지, 취업하고 결혼하고 집 장만 하는데 어려움 겪는 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수 시절 아이 맡길 데가 없어서 훈련장에 데리고 다녔던 워킹맘으로서 아이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 고충도 남의 일 같지 않다.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입당 취지를 밝혔다.
임 전 감독은 "청년들에게도 여성들에게도 희망의 골로 행복을 선사하고 싶다"며 "이제 국민께 받은 사랑을 되돌려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라북도 정읍 출신인 임 전 감독은 정읍에서 초중고를 마쳤다. 고교 2학년 재학 중 핸드볼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을 시작으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 1995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등으로 스포츠계에 이름을 알렸다.
결혼과 출산으로 7년 만에 국가대표로 복귀, 2003년 세계선수권 대회 3위를 차지하며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을 얻었다. 2004년 아테네에서는 편파 판정에 시달리면서도 투혼을 발휘해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을 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스토리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제작됐다.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게 된 것은 1995년 일본 여자 핸드볼 리그 소속 히로시마 메이플레즈 플레잉 감독을 맡으면서부터다. 지도자로 명성을 쌓으며 2008년에는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초대 감독직을 수락했다. 한국 구기종목 사상 최초의 여성 지도자였다.
임오경 전 서울시청 여자핸드볼팀 감독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
다음은 임오경 전 감독의 입당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우리 정치 최고의 순간을 만들고 싶은 임오경입니다.
38년을 체육인으로 살아왔습니다. 선수 시절 한 개의 올림픽 금메달과 두 개의 은메달, 아시아 최초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따냈습니다. 한국 최초 구기종목 여성감독으로 서울시청팀에 부임해 한국핸드볼 리그와 전국체전 우승, 동아시아대회 우승까지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습니다.
저는 제가 어디에 있든 그 팀을 최고로 만들었고 최초의 길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최초와 최고를 넘나들게 만든 38년 핸드볼 인생의 원동력, 바로 '함께'입니다.
핸드볼은 단체구기종목입니다. 동료를 배려하고 함께 뛰는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한 걸음 더 뛰고 한 골이라도 더 넣어 승리를 하면 팀과 동료들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필요한 동료가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순간순간, 눈물이 나도록 행복했습니다. 함께한 노력으로 팀이 승리를 따내고 함께한 땀방울로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많은 국민을 기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 딸 또래 청년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모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데 왜 그리 현실은 녹록지 않은 지, 취업하고 결혼하고 집 장만 하는데 어려움 겪는 후배들을 보면 마음이 짠합니다.
선수 시절 아이 맡길 데가 없어서 훈련장에 데리고 다녔던 워킹맘으로서 아이 키우느라 경력이 단절된 엄마들 고충도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청년들에게도 여성들에게도 희망의 골로 행복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저는 대나무를 참 좋아합니다.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는 대나무가 숱한 부상과 여러 고비를 겪어왔지만 열심히 살아온 제 모습 같아서입니다. 대나무는 필요한 만큼 영양분을 먹고 나면 땅속에 박힌 뿌리로 다시 자신의 영양분을 땅으로 되돌려준다고 합니다.
제 목에 건 금메달과 은메달은 국민이 걸어주신 사랑의 메달입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지옥 훈련도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없었다면 견뎌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사랑으로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제 국민께 받은 사랑을 되돌려드리고 싶습니다.
핸드볼 선수는 믿음을 던지고 믿음을 받습니다. 동료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공을 던질 수 없습니다. 저는 국민께 감히 제 믿음을 던집니다. 저는 국민이 던져주시는 믿음을 받아 정치에 실현하겠습니다.
코트에서 쓰러진 동료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줬듯, 이제 고단한 국민들 손을 잡아드리고 싶습니다. 핸드볼 선수로는 최고였지만 정치는 이제 신인입니다. 하지만 최초의 길에서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냈듯 정치에서도 국민을 위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보겠습니다.
국가대표에서 이제 국민의 마음을 대신하는 국민대표가 되고자 하는 임오경의 첫 출발을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zunii@newspim.com